소비심리·성장률·기업 체감경기, 연이어 발표…모두 '낙제 수준'
기업들, '내수침체' 걱정…소비자심리 '금융위기' 이후 최저
'민간소비·건설투자' 우려…분기별 성장률 '메르스' 수준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2%대 경제성장률, 금융위기 수준의 소비심리, 기업 체감경기 하락'.
올해 들어 국내 경제가 받아든 성적표는 연일 낙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 추세에도 내수침체에 대한 소비자와 기업의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2년 전만해도 3% 후반대로 언급됐던 작년 경제성장률은 결국 2%대를 굳히면서 '장기 저상장'의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기업 체감경기 '악화일로'=우리 경제주체인 가계가 느끼는 경제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때와 유사한 수준이다. 장기 불황을 이어왔던 세계경제가 미국을 필두로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딴 세상' 얘기 인듯한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7년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더욱 우려된다. 현재와 미래의 경기를 진단하는 지수가 모두 낮은 수준이라서다. 현재경기판단지수는 51로 전월대비 4포인트 하락했고, 6개월 후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향후경기전망지수(67)는 2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100아래를 밑돌았다.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의 전망이 어두운 것도 우려를 낳는 요인이다. 1년후 집값을 전망하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두 달 연속 기준치인 100을 하회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 역시 내수침체 탓에 전망이 어둡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서 2월 전망치는 87.7로 12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1월 기업 실적치(89.2) 역시 기준치인 100을 하회해 21개월 연속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이달 제조업 업황BSI는 75로 전월대비 3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100아래로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제조업체들은 경영애로사항으로 내수부진(23.6%)과 불확실한 경제상황(22.4%)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장기 저성장 '경고등'..성장동력은 '공백기'=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대로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2.7%로 2년 연속 2%대를 기록했다. 심지어 작년 4분기의 분기별 성장률은 2015년 메르스 사태 수준의 0.4%로 집계됐다. 분기별 성장률은 2015년 4분기(0.7%) 이후 연속 5분기째 0%대다.
특히 그간 '외바퀴 성장'을 이끌어온 건설투자가 부동산 경기침체로 위축국면에 들어갔다. 3분기 0.7%의 성장률에서 0.6%포인트의 성장기여도(계열조정계열)를 기록해 성장률의 87%가량을 차지했던 건설투자는 4분기 -0.3%포인트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규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작년 1∼3분기까지 급격하게 건설투자가 급격히 상승한 영향도 있지만 부동산경기 침체로 당분간 건설투자 성장률도 둔화될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부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지난해 2분기 1.0%였던 민간소비 성장률은 3분기 0.5%까지 하락했고 4분기에는 0.2%로 떨어졌다. 성장기여도 역시 같은 기간 0.5→0.3→0.2%포인트로 하락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은 경기회복 추세에 들어선 이후 회복세를 끌어올리기 위한 각종 정책발표에 기대감이 형성됐다"며 "우리나라는 장기 저성장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정과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접어드는 요인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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