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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는 풍경]"두고온 고향, 잘 있는지"…탈북 가족들과 함께 그리움 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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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온 지 10년, 새터민 백춘숙씨 "가족들 그립지만 북한만큼 식솔 많아 외로움 줄어"

[사람이 있는 풍경]"두고온 고향, 잘 있는지"…탈북 가족들과 함께 그리움 달래 제공=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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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평소엔 쌀이 없어서 밥을 못 먹어도 설날 명절이 다가오면 다들 쌀을 남겼다가 설날에 떡도 해먹고 전도 부쳐 먹고 그랬어요. 명절 때 차려진 맛있는 음식들을 보면 우리 가족들이 다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 아들이 같이 있었으면 얼마나 더 좋을까 생각한답니다."

한국에 온 지 10년째 된 함경북도 무산 출신 백춘숙(50·여)씨는 명절이 다가오면 되면 더욱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이 떠오른다. 남편과는 사별했지만 언니, 오빠, 외아들을 남기고 홀로 한국에 정착했다. 명절이 되면 마음 한 구석이 더 시린 이유다.


백씨는 명절이 되면 더 바빠진다. 백씨를 '큰 집 엄마'처럼 생각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 처음 정착했을 때 만해도 백씨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났었지만 지금은 봉사단체 회원들과 새터민들과 함께 명절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본가에 가는 것처럼 새터민들은 백씨 집에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나눠 먹는다.

북한에선 양력 1월1일을 설날로 지낸다. 1989년부터 음력설을 휴식일로 지정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양력설에 우리나라 음력설처럼 가족들과 모여 음식을 나눠 먹고 세배를 한다. 아이들은 세뱃돈도 받는다. 한복은 잘 입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설날에 떡국 한 그릇 먹으면 1살 더 먹는다'는 말이 있듯 북한에선 '새해 첫날부터 잘 먹지 못하면 1년 내내 굶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설날 때는 없는 살림에도 쌀을 모아 떡을 쪄 먹었다. 우리나라 설날과 달리 떡국은 대중적으로 먹는 음식은 아니었다. 백씨는 "가족, 친척들끼리 다 모여서 음식을 나눠 먹었던 일들이 하나, 둘 생각이 난다"며 "제일 기억에 남는 설날 음식은 절편을 콩가루에 묻혀 만든 인절미"라고 말했다.


북한에서도 명절 때 가족들이 둘러 모여 전통 놀이를 한다. 백씨는 "2박3일 친척, 형제들이 모여 윷놀이를 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며 "여기처럼 나무에 새겨진 윷이 아니고 시커멓고 엄청나게 큰 콩알에다가 도·개·걸·윷을 개개어서 쓴다"고 설명했다.


백씨는 설날을 앞두고 북한식 만두 '벤세'를 만들어 먹을 예정이다. 평안도에선 만두를 벤세라고 부른다. 백씨는 "고기를 갈아 넣고 김치 속을 넣어 다 같이 만두를 빚고 있다"며 "몸에 좋은 음식인데다 명절이 되면 다 같이 모여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덜 외롭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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