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현진 기자] 문화ㆍ예술계 지원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17일 오전 김기춘(사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소환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 전 실장을 상대로 문화체육관광부 인사개입 의혹 등에 관한 사안까지 추궁하며 조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리스트의 정점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라서 김 전 실장 소환조사 뒤 관련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 지 주목된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블랙리스트 외 인사개입 등)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중 저희가 자료를 확보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의 인사청탁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다. 김종 전 차관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등 문체부 입김이 닿는 자리에 특정인사 임명을 추진하는 과정에 간여했다는 것이다. 2014년 김희범 당시 문체부 1차관을 통해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으라고 종용한 의혹도 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 전 실장이 김 전 차관에게 명단을 주며 실 ㆍ국장을 자르라고 했다"고 폭로하면서 인사개입의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특검은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지난 달 김 전 실장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업무 관련 각종 서류와 메모 등을 확보했다.
특검은 당시 김 전 실장이 일부 증거를 인멸하려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조사 과정에서 추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일단 조사를 마친 뒤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조사 중에 긴급체포를 하고 곧장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이 특검보의 설명이다.
특검은 경우에 따라 이날 함께 소환한 조윤선 문체부 장관과 김 전 실장의 대질신문도 진행할 방침이다. 이들은 모든 혐의를 부인해온 그간의 입장을 조사 과정에서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ㆍ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지원배제 방침과 블랙리스트 작성을 관련 수석 등을 통해 하달하는 등 '총책'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김 전 실장을 정점으로 청와대 정무수석실, 교육문화수석실을 통해 블랙리스트가 문체부에 하달됐고, 이에 따라 문체부가 실무 차원에서 움직였다는 게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의 줄거리다.
조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는데, 이 기간 동안 김 전 실장의 지시 아래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조 장관은 장관에 오른 뒤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이 될 만한 자료나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 특검은 지난 12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구속했다.
특검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이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점을 적시하면서 엄정한 처리의 의지를 강하게 표했다.
특검은 이들 외에 유동훈ㆍ송수근 전 문체부 차관, 송광용ㆍ모철민 전 청와대 교문수석,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등을 그간 잇따라 불러 조사했다.
이들 중 일부는 청와대 주도로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는 진술을 조사 과정에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관심은 특검이 김 전 실장 등을 조사한 뒤 박 대통령을 겨냥할 지로 모아진다.
김 전 실장이 의혹의 '정점'으로 흔히 불리지만, 박 대통령의 지시나 암묵적 동의 혹은 교감 없이 블랙리스트 작성이 가능했겠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 또한 김 전 실장 등을 상대로 조사한다는 게 특검의 입장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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