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공동경선·야권연립정부 등 제안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후보 경선룰 작업에 착수하면서 비문(非文) 진영 주자들이 적극적인 '판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독주체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 등 민주당 내 비문주자들은 본격적인 경선룰 논의가 시작되는 가운데서도 야권 공동·연립정부론을 제기하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박 시장의 경우 야권 '촛불공동경선'을 꺼내들었다. 박 시장은 이날 기독교방송(CBS)에 출연해 "촛불공동정부는 야당과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해 만드는 정부"라며 "공동정부에 동의하는 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 심지어 시민사회가 모여 광장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촛불공동경선을 통해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 역시 '미완의 촛불 시민혁명 어떻게 완결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촛불 시민혁명이 제기하는 국가 대개혁의 과제는 어느 한 정당·정치세력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야권 공동개헌안을 바탕으로 야권연립정부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비문진영이 판 흔들기에 나선 것은 현재 상황에서 경선을 치를 경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지 않음은 물론 자칫 들러리에 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민주당 8·27 전당대회에서 친문(親文) 진영의 지원을 받은 추미애 대표는 ▲국민 여론조사 ▲당원 여론조사 ▲권리당원 투표 ▲대의원 투표 모두 상대후보들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된 바 있다.
당장 박 시장 측은 전날 열린 당헌당규강령정책위원회(위원장 양승조)와의 면담에도 대리인을 보내지 않았다.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박 시장은 이와 관련 "지금은 룰 협상에 얽매일 때가 아니다"라며 "어떻게 국민을 감동시키고 민주당을 승리로 이끌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숙의배심원제' 등 기존 당원·국민투표 외의 새로운 경선제도 도입 역시 거론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0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간담회에서 당이 정한 경선 규칙을 따르겠다 면서도 "일부 후보 측은 시간도 짧고 여론조사도 못 하니, 2000~3000명을 무작위로 뽑아 후보 간 연설·토론 뒤 투표하게 하는 숙의배심원제를 하자고도 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을 반영하는 것이 경선을 조금 더 역동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이같은 판 흔들기에도 경선 자체가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시장은 "판을 깨는 것이 아니라, 판을 키우고 민주당을 분열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다 함께 하자는 것"이라며 "판이 깨지지 않을 정도라면 오히려 그 범위 내에서 논쟁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역동적이고 감동적인 경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