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최순실씨가 자신의 재판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또다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함께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마찬가지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공범임을 입증할 증거가 넘친다며, 공소장에 적시된 공모관계의 허점을 찾으려는 최씨 측의 시도를 일축했다. 검찰은 또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박 대통령, 최씨와 나눈 통화 녹취자료 등을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최씨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과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의 첫 공판에서 "억울한 부분이 많다"면서 "(재판부가)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죽을 죄를 지었다"던 귀국 당시 입장과 180도 달라진 태도를 준비절차에 이어 정식 공판에서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안 전 수석도 변호인을 통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준비절차에서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한다는 뜻을 밝혔던 정 전 비서관 측은 아직 관련 기록 검토 등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다음 공판 전에 공소사실과 각종 증거에 대한 입장을 재판부에 밝히기로 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 구속 당시 구속영장에 적시한 범죄사실과 공소장에 적시한 범죄사실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박 대통령과 최씨의 공범관계가 검찰의 주장대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폈다.
구속영장에는 최씨 등이 사적이익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설립했다는 취지의 범죄사실이 나와있는데, 정작 공소장에는 공적목적을 위한 의도라는 취지로 적혀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런 주장을 근거로 "검찰이 20일간의 최씨 구속수사에서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모관계를 입증하지 못하게 되자 박 대통령을 공모의 중재인으로 설정했다"면서 "공모관계가 연결되지 않는 어려움에 봉착하니까 이를 해결하려고 박 대통령을 끼워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사건의 기록과 증거의 양이 길고 방대해서 (이 변호사가) 검토를 다 못하신 것 같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어 "자세히 검토를 하시면, 최씨가 더블루케이나 플레이그라운드,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회사를 통해 속된 말로 어떻게 빼먹으려 했는지 적혀있다"면서 "나라의 격을 생각해서 그 정도로만 적은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공범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면서 "(공범이라는 증거를) 모두 현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아울러 정 전 비서관을 고리로 이뤄진 박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입증하기 위해 정 전 비서관과 박 대통령, 정 전 비서관과 최씨 사이의 통화 녹취자료를 법원에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유출된 청와대 문서 257건을 추가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이 제출한 통화녹취 자료는 녹취 파일과 녹취록 등 모두 17건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 취임 이전의 것들을 일부 제출한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문, 후보 TV토론 자료, 대통령 취임사, 정부의 4대 국정기조 선정 등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동시에 257건의 청와대 유출문서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기존에 제출한 47건 문건 외에, 최씨에게 유출된 문건 전체를 제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씨와 정 전 비서관 측이 지난 두 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을 통해 문서유출을 통한 국정농단의 중요 증거인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문제삼은 데 대한 대응으로, 정 전 비서관을 통한 최씨의 국정개입이 얼마나 깊숙했는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최씨 측은 설전이 섞인 신경전을 벌였다. 국정농단의 중요 증거인 태블릿PC의 증거능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검찰은 "마치 태블릿PC가 조작된 것처럼 변론을 하는 것은 금도를 넘은 변론행위"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서증조사를 위해 증거로 제출된 수사자료들을 하나씩 내보이며 확인을 할 때는 이 변호사가 "부동의한 증거"라면서, 이런 자료를 왜 공개하느냐는 취지로 따지고들기도 했다.
이 변호사가 이어 "머리도 똑똑하신 분이. 잘 보시라. 의견서에 부동의증거로 나와있다"고 비꼬자 검찰은 "재판부의 소송지휘에 따라 증거목록 수정을 다 했고, 다 살핀 후에 작성을 했다. 이제와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시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변호사는 "법정에서 뚱딴지같다는 비속어는 안 쓰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 등은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대기업들로부터 강제모금하고 청와대의 주요 기밀문건을 유출받아 국정에 개입ㆍ농단하거나 여기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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