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묵인·방조한 의혹이 짙어지면서 특검 칼끝이 청와대 목전까지 와 닿았다.
특검은 26일 오전 7시께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 전 실장 자택 등에 수사진을 보내 각종 업무 관련 서류, 메모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조윤선 장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도 포함됐다.
검찰은 2014년 가을 김희범 당시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을 것을 종용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김 전 실장을 입건하고 관련 수사기록과 증거자료를 특검에 인계했다. 김 전 실장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의 인사청탁에 연루된 의혹도 받는다. 김 전 차관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등 문체부 입김이 닿는 자리에 특정인사 임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김 전 실장이 간여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24·25일 이틀 연달아 김 전 차관을 불러 조사했다.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실장이 김 전 차관에게 명단을 주며 실·국장을 자르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실제 6명이 일괄사표를 내 그 중 3명이 공직을 떠났다. 유 전 장관은 ‘인사개입’의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특검은 유 전 장관도 최근 제3의 장소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김 전 차관은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에게 문체부 비공개 문건을 유출하는 등 체육계 인사·이권개입에 부역한 인물로 지목됐다.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권한정지)을 경유해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김 전 실장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2015년 2월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며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왕실장’으로 통한다. 특검은 그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더불어 비선실세 국정농단·이권전횡을 알고도 이를 방치하거나 비호한 혐의(직무유기)도 규명할 전망이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조만간 문체부 관계자를 비롯한 김 전 실장 등을 불러 추궁할 방침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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