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공연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첼리스트 문태국(22)이 2017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금호아트홀에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게 됐다. 그는 "첼로와 첼로 연주곡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다양성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12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문태국은 "첼로는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흡사한 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중후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라며 "'기교를 보고 싶으면 바이올리니스트를 찾아가고, 좋은 소리를 듣고 싶으면 첼리스트에게 가라'는 말이 있는데, 첼로는 기교면에서도 바이올린 못지않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태국은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와 클라리넷을 부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네 살부터 첼로를 켰다. 가족끼리 '트리오를 구성해서 연주하면 좋겠다'는 부모님의 바람으로 첼로 연주를 시작했지만, 첼로를 선택한 것에 대해 "가면 갈수록 더 만족한다"고 답했다. 2004년 금호영재콘서트로 생애 첫 독주회를 한 이후 2007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줄리아드 예비학교에서 전액장학생으로 클라라 김을 사사했다. 이어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세계적인 명교수 로렌스 레서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이날 문태국은 세계적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를 기려 젊은 연주자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야노스 슈타커 상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했다. 2013년 별세한 야노스 슈타커는 피티아고르스키, 로스트로포비치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3대 거장 첼리스트로 꼽힌다. 유가족이 재단을 만들어 30세 미만의 전도유망한 첼리스트를 지원하는 상을 만들었는데, 문태국은 이번 상의 제1회 수상자다. 총 2만5000달러의 장학금과 미국 무대에서 연주할 기회도 얻었다.
앞서도 문태국은 2007년 독일 올덴부르크 청소년 국제 콩쿠르 1위, 2009년 영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3위, 2011년 프랑스 앙드레 나비라 국제 첼로 콩쿠르 1위 등 다수의 콩쿠르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그는 "콩쿠르에 나갈 때 전략이 있다기보다는 천천히, 열심히, 많이, 차분하게 연습한다"며 "자기 자신만의 음악으로 대회에 나가서 연주를 보여주고, 그에 따른 결과를 거두는 것 자체가 기쁘다"고 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첼로는 삼성문화재단에서 후원한 지오반니 그란치노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689년에 제작됐다. 그는 "이 악기는 외아들인 제게 형제 같은 존재"라며 "가끔은 말 안 듣는 동생 같기도 하고, 또 다른 때는 믿음직스럽고 의지할 수 있는 형 같기도 하다. 내가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표현했다.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보일 프로그램은 총 다섯 개다. 1월12일 신년음악회에서는 브람스·쇼팽·슈만 등 낭만파 첼로 레퍼토리를, 4월20일 두번째 무대에서는 프로코피예프와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등 러시안 첼로를 선보인다. 8월10일 연주회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과의 듀오 무대를, 10월12일에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와 트리오 무대를 꾸민다. 마지막 11월16일에는 '첼로의 구약성서'라고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도전한다.
그는 "2004년에 금호아트홀에서 연주할 때는 홀이 굉장히 크게 느껴졌는데, 다시 와보니 그때 느낌보다 작을지는 몰라도 울림이 좋고, 깊은 느낌을 받게 됐다"며 "관객들이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만이라도 시간을 내 아름다운 음악을 같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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