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현재 분위기에서는 인사를 얘기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당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사장들이 국정조사 증인으로 불려가는 상황에서 인사를 발표할 수가 없죠."
"상황은 그렇지만, (인사발표가) 지나치게 많이 밀리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외부 상황 때문에 인사를 차일피일 미뤘다가 자칫하면 중요한 사업 시기를 놓칠 수 있어섭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의혹을 받고있는 삼성그룹이 인사 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미 사장단, 임원 인사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로, 최종 발표 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삼성은 사장단 인사를 12월 초에 해 왔다. 올해의 경우 가능하면 올해 안, 혹은 1월 중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이 최종 마무리되는 내년 4월 이후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일 삼성그룹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은 지나치게 인사를 미루는 것은 좋지 않은 판단이라고 결론짓고 정확한 인사 발표 시기를 조율 중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2007년 삼성 비자금 특검당시처럼 4월 이후로 인사를 미룰 것으로 내다봤었다. 그러나 각 계열사 사업계획과 내년도 투자승인 등을 감안하면 사태가 어느정도 수습되자마자 빠르게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최순실 게이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원조직과 기존 사업부를 분리해 인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진 상황을 수습하고, 차기작인 '갤럭시S8'의 성공을 위해선 마냥 인사를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갤럭시S8 신제품 발표 전에는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의 조직이 추스러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삼성 외에도 총수들이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들은 대부분 일상적인 정기인사와 경영계획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내달 5일 진행되는 각 그룹 총수들에 대한 청문회를 마친 후에야 연말 정기인사를 살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당초 12월 말 임원 및 직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으나 변수가 발생해 시기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국내 영업본부장 교체 등 이미 수시로 인사를 해왔던 터라 연말 인사 폭은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LG그룹의 경우 예정대로 지연 없이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최순실 사태 여파가 적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연말-연초에는 보통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내년을 준비하는데 이 부분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는 6일 진행되는 국정조사 청문회 이후 상황 등에 따라 재계의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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