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분열에 국민들 분노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두고 정치권이 균열 조짐을 보이자 국민들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자신의 퇴진을 국회에 일임한 후 여야가 셈법을 달리하며 탄핵 대오에 금이 생겼다. 2일 야 3당은 탄핵안을 이날 발의하고 9일 본회의에서 표결하기로 합의했지만 전날까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또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명시적으로 밝혀만 준다면 앞으로도 탄핵에 동참하지 않기로 해 탄핵안 의결정족수(200명)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치권 분열에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시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직장인 유모(여·29)씨는 "주말마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한 목소리로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데 정치권은 매번 자기 잇속에 따라 분열하는 것 같다"며 "이번엔 다를까 기대했지만 역시 실망스럽고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촛불로 국민대통합을 시켰다고 하는데 정치권은 통합시키지 못한 것 같다"며 꼬집었다.
지난 선거 때 박 대통령을 뽑았다던 택시기사 강태삼(62)씨는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나도 박 대통령의 퇴진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도대체 정치권은 무슨 생각이냐"며 "정치권은 밥그릇싸움 하느라 국민들의 분노가 무섭지도 않냐"고 말했다. 대학생 이은지(여·21)씨는 "이러려고 우리가 주말마다 촛불을 들었냐"며 "이건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분노를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실 전화번호부가 공유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실에 항의민원을 넣자"며 국회의원실 전화를 독려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직접 정당에 목소리를 내겠다며 온라인당원 가입인증을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시민들의 정당가입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역시 1일 밤 성명서를 내고 "국민들의 명령은 하나, 박근혜 즉각 퇴진"이라며 탄핵소추마저 처리 못하는 국회를 비판했다. 이들은 "하루이틀 사이 온갖 정치공학적 계산이 난무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성난 민심을 제대로 떠받들고 있지 않다"며 "박 대통령의 뻔뻔한 버티기 못지않게, 정치권의 갈팡질팡 행보 역시 국민들은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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