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 쓰지 않고 물로만 양치질 해도 도움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임산부들에게 '입덧'과 함께 '양치덧'이 또 하나의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임산부들은 호르몬의 변화로 양치질할 때 구역질이 나거나 심한 경우 구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신 중 호르몬 변화로 충치나 치주염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 더 꼼꼼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임산부들이 임신 초기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입덧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그 어떤 음식도 먹지 못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남편도 이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냅니다.
'입덧'은 임신 4개월쯤에 접어들면 대부분 없어지는데 개인차가 커 안정기에 접어들어도 입덧을 계속하는 임산부들도 있습니다.
입덧을 할 때에는 음식을 먹는 것도 힘들지만 양치질을 하기가 특히 괴롭습니다. 이를 이른바 '양치덧'이라 부릅니다. 치약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거나 양치질을 하다가도 구토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무기력증 때문에 이를 닦는 것도 귀찮아집니다.
임신 중에는 호르몬의 분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잇몸 혈관 벽이 얇아집니다. 잇몸이 말랑말랑해지면서 붓습니다. 입안도 산성으로 변합니다. 잇몸 질환이 있던 임산부라면 임신 기간에 더 잇몸이 심하게 붓고 염증도 더 잘 생깁니다. 입덧으로 잦은 구토로 입안의 산도가 증가하면 위안에 있던 산성 물질이 넘어와 입안이 산성이 됩니다. 충치의 원인이 됩니다.
최유미 일산사과나무치과병원 치주과 원장은 "임신을 하면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양이 점차 증가해 혈관 벽에 변화를 일으켜 적은 양의 플러그나 치석으로도 쉽게 자극받아 잇몸의 염증 반응이 나타난다"며 "잇몸이 암적색으로 변하며 부종과 출혈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임신성 화농성 육아종과 같이 일상생활에 불편감을 주는 치주질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 원장은 "임신성 치은염의 경우 임신 3개월부터 말기까지 나타난다"며 "부종과 출혈은 출산 후에 서서히 사라지는데 제대로 된 치료와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임신 말기에 아주 심한 염증상태로 악화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입덧을 할 때에는 특히 어금니 닦기가 힘든데 냄새가 강한 치약 사용을 피하거나 작은 칫솔로 바꿔 얼굴을 기울여 앞으로 긁어내듯 닦으면 도움이 됩니다. 치약의 양은 되도록 적게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양치를 할 때 구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치약 사용이 힘들 경우 깨끗한 물로 칫솔만 사용해 양치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최 원장은 "엄마의 구강 관리가 아기에게 영향을 끼치는데 치주 질환 산모의 조산아 출산율은 일반 산모의 7.5배로 알려져 있다"며 "생후 19∼33개월 아이에게 생긴 충치균의 90% 정도는 엄마에게서 옮기 때문에 충치의 모자 감염에 대해 알고 구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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