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이언스포럼]벌레와 곤충(昆蟲)

시계아이콘02분 11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사이언스포럼]벌레와 곤충(昆蟲) 벌레와 곤충
AD


[사이언스포럼]벌레와 곤충(昆蟲) 정종철 서대문자연사박물관 학예사

여러분은 ‘벌레’ 하면 무엇을 떠올리는가요? ‘벌레’라는 단어를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어른들은 크기가 작고 다리가 많으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동물을 떠올리며 얼굴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린아이들과 벌레를 이야기해 보면 매우 즐거운 표정을 짓곤 한다. 아이들은 작고, 귀여우며, 자기 손에 올려놓았을 때 살살 간지럼을 태우며 기어 다니는 동물을 생각한다. 어른과 아이들의 생각이 다른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이들은 동화책 등에서 예쁘고 귀여운 곤충의 애벌레, 특히 나비의 애벌레를 통해 벌레를 배우기 때문인 것 같다.

갑자기 ‘벌레’ 와 ‘곤충’ 이야기를 하는 것은 벌레와 곤충에 대해 정확히 알면 무지에서 비롯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이들 생물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먼저 사전상의 의미를 살펴보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벌레'는 곤충을 비롯, 기생충과 같은 하등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버러지·충(蟲))이라고 하고, '곤충'은 곤충강에 속한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사실 벌레라는 말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 선조들이 사용한 말로 '훈민정음해례본(세종 28년(1446년))'에 ‘벌벌 기다’라는 말에서 온 ‘벌에’가 벌레가 됐다고 한다. 또한 곤충(昆蟲)의 경우, 곤(昆)은 '훈몽자회'에 ‘백 가지 벌레를 총칭한다’ 고 적혀 있고 충(蟲)은 벌레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과거에는 뱀, 개구리, 도마뱀이나 다리가 많은 절지동물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었는데, 이 단어가 서양과학과 접목되면서 ‘몸이 머리, 가슴, 배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지고 2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으며 변태(變態)를 하는 동물’ 을 의미하는 좀 더 구체적이고 학술적인 용어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곤충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생물로 전 지구상에 약 80만종이 알려져 있으며 현재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 164만종(동물 110만종, 식물 36만종) 중의 50%를, 동물 중의 80%를 차지하고 있다(Catalogue of Life, 2015).

하등한 동물인 곤충이 이처럼 전체 생물 중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곤충의 뛰어난 환경 적응력, 작은 몸, 날 수 있는 능력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변태이다.


곤충은 ‘키틴질’이라는 딱딱한 껍데기를 가지고 있어서 더 큰 크기로 성장하기 위해서 낡은 껍데기를 벗는 변태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몸의 형태와 기능이 변한다. 이 변태과정은 내용에 따라 애벌레와 어른벌레가 날개를 제외하고 크게 다르지 않은 불완전탈바꿈(불완전변태)과 애벌레와 어른벌레가 완전히 달라지는 완전탈바꿈(완전변태)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불완전탈바꿈 곤충은 알·애벌레(약충)·어른벌레(성충)의 3단계로 성장하는 매미, 노린재, 메뚜기, 잠자리 등이 있으며, 완전탈바꿈 곤충은 알·애벌레(유충)·번데기(용)·어른벌레(성충)의 4단계를 거치며 성장하는 나비, 나방, 딱정벌레, 벌, 파리 등이 있다.


주목할 것은 완전탈바꿈 곤충이 전 세계 생물종의 40%, 곤충 종에서는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왜 완전탈바꿈 곤충이 이렇게 번성할 수 있었을까. 배추흰나비 애벌레는 배추 잎을 먹지만 나비는 꿀을 먹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 간의 ‘먹이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애벌레는 배추밭에 살지만 나비는 꽃밭을 날아다니므로 서로의 ‘서식공간’이 달라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보다 더한 부모와 자식 간의 경쟁을 피하며 주변 환경을 공유하는 방법은 ‘시간’이다. 대부분의 완전탈바꿈 곤충은 부모와 자식이 동시간대에 살지 않는다. 즉 생존시간이 겹치지 않으며, 같은 공간에 서식하지 않고, 같은 먹이를 먹지 않는다. 생각해 보라. 제한된 환경자원을 부모와 자식 간에도 공유하지 않고 경쟁을 피하는 곤충의 진화방식이 얼마나 효율적인가. 곤충이 3억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구상에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곤충만이 가지는 특별한 ‘번데기’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번데기 시기에는 우리가 상상 할 수 도 없는 매우 큰 변화가 이루어진다. 배추흰나비의 경우 애벌레 시기에 기어 다니던 꿈틀이 다리 대신 날씬한 6개의 다리가 생기고, 나뭇잎을 먹던 튼튼한 턱 대신 꿀을 빨아먹는 빨대형의 긴 입이 생기며, 아름다운 날개가 만들어진다. 이때 번데기 안에서는 기존의 세포를 모두 녹여서 새로운 세포로 만드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 몸의 구조를 완전히 새로운 구조와 기능으로 바꾸어 어른벌레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한다.


늘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도 부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곤충처럼 번데기시기를 거칠 수는 없지 않은가. 인간이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항상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열심히 배운다면 육체적 탈바꿈은 아니더라도 정신적 탈바꿈은 가능하지 않을까.


정종철 서대문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원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