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검찰이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 영향력을 등에 업고 청와대 도움 아래 각종 이권·인사에 개입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을 구속기소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7일 강요미수 등 혐의로 차씨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구속 기소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2014년 8월부터 1년간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으로 활동한 차씨는 작년 4월부터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지냈다. 송씨는 2014년 말 콘진원장에 임명됐다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 자리를 내놨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3~6월 당시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 인수전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중소 광고사 컴투게더를 협박해 지분을 뜯어 내려한 혐의(강요미수)를 받는다. 검찰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잭조정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포스코 권오준 회장과 접촉하는 등 청와대가 이들을 거든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협박에 가담한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등도 함께 기소했다.
차씨는 2015년 1월~2016년 2월 KT에 임원 인사를 종용하고, 플레이그라운드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설립된 모스코스, 플레이그라운드 등이 대기업 일감을 따내기 위해 비선실세 측이 설립한 업체로 보고 있다.
대기업 광고업무 책임자를 측근들로 채우면 한결 더 수월하게 일감을 따낼 수 있다는 계산 아래 최씨가 지인들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통해 KT에 요구를 전달했다. 결국 KT는 이모 전무, 신모 상무보 등을 IMC본부에 취업시키고, 심사기준도 못 채운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규모 일감(광고 7건)을 내줬다. 검찰은 최씨, 안 전 수석, 박 대통령이 공범이라고 적시했다.
검찰은 또 차씨가 2014년 11월~2015년 4월 ‘2014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만찬 및 분화행사’ 관련 행사대행 용역업체 선정에 개입해 2억8000여만원 뒷돈을 챙긴 것을 적발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그가 2006년 1월부터 최근까지 아프리카픽쳐스를 경영하며 부인과 아버지 등을 직원으로 가장해 급여 명목으로 회사자금을 빼돌리거나, 법인자금으로 아우디, 레인지로버 등을 리스해 타고 다니는 등 회사자금 10억여원을 유용한 데 대해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가 적용됐다.
한편 송 전 원장은 작년 5월 콘진원이 발주한 연구과제 수주업체 머큐리포스트로부터 뒷돈 3700여만원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사전수뢰)도 받는다. 청와대는 차관급인 콘진원 원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공모절차조차 거치기 전에 차씨 측이 밀어준 송씨를 이미 원장으로 내정하고 인사검증을 마친 것으로 조사됐다.
머큐리포스트에서 광고수주 담당 임원으로 일했던 송씨는 콘진원으로 옮겨가며 일감 수주 청탁 대가로 사용자가 드러나지 않는 법인카드를 요구했고, 실제 일감을 따낸 머큐리포스트는 송씨가 원장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그의 유흥비, 생활비 등을 대 온 것으로 조사됐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