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6 촛불집회]전국 190만 촛불…눈발도 어둠도 빛을 이기지 못했다(종합)

-서울 150만, 전국 190만…추가집계중 최종집계 200만 넘을듯
-오후8시 1분간 일제 소등 이벤트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
-사상 첫 청와대 200m앞 청운동 주민센터 집회도 충돌없이 마무리
-1,2차 청와대 포위 행진…'첫차 타고 집에 가자' 1박2일 집회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이민우 기자, 권재희 기자, 정동훈 기자, 권성회 기자]
시민들의 촛불은 뜨거웠다. 그리고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26일 진행된 5차 범국민 촛불집회에는 헌정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인 전국 190만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오후부터 흩날린 눈발과 손과 발이 꽁꽁어는 추운 날씨가 지속됐지만 시민들의 촛불을 꺼뜨릴 순 없었다. 3주연속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지만 시민들은 평화롭게 집회를 즐기면서도 엄중한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주최측은 이날 오후 9시40분 현재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 운집한 집회 참가자가 당초 예상한 인원 150만명을 돌파했고 밝혔다. 주최측은 또 지역 40만명이 모여 현재 전국적으로 190만명이 집결했다고 밝혔다.

지역별 집회 참가자는 추가집계중으로 당초 주최측이 예상한 2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가 열린 이후 역대 최대 인파를 기록했다.

이날 집회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60여곳에서 진행됐으며 전세계 20개국 50개 지역에서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200만의 촛불, 200만의 함성'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을 개최했다. 지난달 29일 시작한 집회는 어느덧 다섯번째를 맞았지만 시민들의 참여는 날로 늘어나며 더욱 거세졌다. 목도리와 장갑, 핫팩 등으로 무장한 시민들은 오후 내내 이어진 집회에 끝까지 남아 자리를 지키며 행진까지 함께했다. 광화문광장을 가득메운 시민들은 경복궁 앞 율곡로와 종로, 종각은 물론 시청과 포시즌스 호텔까지 들어섰다. 1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지역, 학벌을 초월한 모든 시민들은 이곳에서 하나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눈발 속에서 시작된 사전집회= 이날 집회는 오후 사전집회부터 시작했다. 오후 1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에서는 50여명의 중소상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박근혜 퇴진! 재벌해체! 중소상인저잣거리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이들은 '박근혜와 재벌이 몸통이다' '박근혜 퇴진하라' '골목상권 다 죽이는 재벌들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현 정권의 정경유착을 비판했다. 박은호 서울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은 "구멍가게가 죽고 편의점이 들어오는 사회가 됐지만 그마저도 편의점주는 대기업의 횡포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후 2시30분 서울 중구 나라키움 저동빌딩 앞에서는 4 ·16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 ·16연대)가 주최하는 '7시간 진상규명 촉구대회'가 열렸다. 김우 4 ·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서면이나 유선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도 7시간 만에 나타나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자를 대통령으로 앉혀놓을 수 없다"며 "우리는 이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에 국회를 강제하고 헌법재판소를 강제해서 가짜 대통령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규명 촉구대회가 끝난 후에는 광화문으로 행진을 했다.

오후 3시에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3차 청소년 시국대회 ‘박근혜는 하야하라!청소년의 힘으로 국정교과서 폐지시키자’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700여명의 청소년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상 0도의 눈이 내리는 날씨에도 청소년들은 노란우비를 입고 ‘박ㄹ혜 하야’, ‘국정교과서 반대’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특히 이날 시국대회는 28일 공개예정인 국정교과서에 대한 청소년들의 비판 목소리가 거셌다. 주최 측은 ‘1년의 국정교과서 투쟁, 이제 승리를 바라보며’라는 제목의 2차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박근혜 정권은 즉시 국정교과서를 들고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오후 4시부터는 사상 최초로 청와대 200~400m까지 이어지는 사전행진이 이뤄졌다. 경찰은 당초 행진을 내자동로터리까지로 제한했지만 법원이 오후 1시~5시30분, 집회는 오후 1시~5시에 한해 이날 신고된 행진을 허용하면서 청운효자동주민센터와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세움아트스페이스에도 시민들이 행진을 할 수 있었다. 사전행진에는 이 시간까지 모인 35만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청와대를 향해 "박근혜를 구속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질서있는 평화 집회…1분 소등 이벤트= 이후 오후 6시부터는 본격적인 촛불집회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전국 방방곳곳에서 촛불이 타오르고 있지만 대통령은 검찰조사를 거부한 채 버티고 있다"며 "국정조사에서도 철저히 진상규명 돼야 하고 무엇보다 무너진 국정을 바로 세우는 길은 박근혜의 즉각 퇴진이다"고 강조했다.

무대에는 한 가족이 함께 올라 시민들에게 자유발언을 하기도 했다. 아들인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박근혜 대통령이 하나의 가르침을 줬다. 사람이면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며 "대통령님은 지금이라도 생각을 하고, 생각이란게 있다면 이제 그만 내려오시라"고 말하자 시민들은 크게 환호하며 화답했다. 아이의 아버지 역시 "이 엄동 설한에 할 말은 많지만 구호로 멋지게 외치겠다"며 "첫눈이 내려서 하얗게 내리는 날 그 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도록 구호 외치자"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족의 가훈은 '하야'만사성이라고 덧붙였다.

집회 도중에는 가수들의 문화 공연도 이어졌다. 가수 안치환씨는 무대에 올라 '자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의 노래를 부르며 시민들을 독려했다. 광장을 가득메운 시민들도 촛불을 머리 위로 흔들며 노래에 화답했다. 안씨는 "전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비폭력 시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최선의 예의를 지키며 대통령이 신속히 퇴진을 하라는 것임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예정에 없던 가수 양희은씨도 올라와 공연을 하며 시민들과 함께 했다. 시민들은 양희은씨의 등장에 놀라면서도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며 촛불을 흔들었다. 특히 노래 '상록수'가 흘러나오고 '끝내 이기리라' 부분의 가사가 광장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자 시민들은 모두 함께 따라부르며 호응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사가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가슴을 울리자 집회 열기도 더욱 뜨거워졌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오늘 우리가 든 촛불은 박근혜가 짓밟은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등불이고 우리가 외치는 함성은 민심을 거역한 대통령은 퇴진하라는 주권자의 명령"이라며 "부당한 권력에 무릎꿇지 않고 시민들과 끝까지 함께하며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안드레 동국대 총학생회장도 "우리는 오늘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이곳에 모였다. 이렇게 우리는 조금씩 승리해가고 있다"며"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조차 없는 우리 대학생들이 다시 역사를 쓰겠다, 다함께 박근혜 정권을 끝장내고 그 이면에 기생하던 정치 세력을 잘라내기 위한 투쟁 앞에 서 있겠다"고 말했다.

오후 8시 정각에는 주최측이 준비한 '1분 소등' 이벤트가 벌어졌다. 주최측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 뿐 아니라 함께하지 못한 전국의 시민들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전국 동시 '1분 소등을 준비했다며 "어둠은 진실을 이길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광화문에 모인 모든 시민들이 촛불과 핸드폰 불빛을 끄면서 광화문광장의 촛불이 일제히 암흑으로 물들었다. 1분 후에는 시민들이 동시에 촛불을 켜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면서 전에 없는 장관이 연출됐다. 사회자는 "장관이 너무 멋있어서 말문이 막힌다"고 환호했다.

본집회가 모두 마무리된 오후 8시10분께부터 8개 경로로 행진이 시작했다. 시민들은 주최측이 신고한 8개의 코스를 걸으며 청와대를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행진은 세종대로 사거리를 시작으로 동쪽으로는 종로와 을지로, 서쪽으로는 사직터널과 독립문역까지 이어졌다. 행진 후에는 다음날 새벽 5시까지 광화문광장과 도심 곳곳에서 '하야가 빛나는 밤에' 1박2일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시민들은 밤새 이곳에서 자유발언 등을 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촉구를 이어간다.

◆사상첫 靑200m 앞까지 근접 시위=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앞 200m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집회와 행진도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눈발이 날리던 이날 오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율곡로, 동십자각 등 청와대 인근에는 주최측 추산 35만명의 시민들이 청와대를 완전히 포위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청와대 앞 200m까지 이어진 '인간 띠 잇기'는 동쪽과 남쪽, 서쪽으로 청와대를 포위했다. 집회주최측은 "청와대와 최대한 가까운곳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서"라고 행진 목적을 밝혔다.

행진에 참가한 김모(29)씨는 "여전히 사태파악을 하지 못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안일한 상황인식에 화가나서 집회에 나왔다"며 "다음주에도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이중삼중 차벽을 설치한 경찰은 법원이 허용한 제한시간이 지나자 "(오후 5시)30분이 넘었으니 해산해달라"고 방송을 했다. 이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본집회 참석을 위해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했다.

일부 시민들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잔류해 1시간 가량 퇴진 목소리를 높이자 경찰이 6시30분 "지금부터 해산명령 발합니다. 지금 즉시 해산해달라. 집시법에 따라 불법행위에 경찰력 집행하겠다"고 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지만 이후 잔류한 시민들이 물러나면서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하 국민운동)'은 26일 오후3시께 서울역 광장에서 '제3차 대통령 하야반대 및 안보지키기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오후 4시 현재 경찰 추산 1000여명이 참가했다.

◆1만여명 박사모 집회…김무성·유승민 등 비박계 성토=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하 국민운동)'은 이날 오후3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역광장에서 '제3차 대통령 하야반대 및 안보지키기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대구, 울산 등에서 분산돼 열렸다. 서울역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1만여명, 경찰 추산 1000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집회에는 한국예비역기독군인회연합회, 북한인권한국교회연합, 엄마부대봉사단, 신의 한수, 자유청년연합 등의 단체가 함께했다.

먼저 무대에 올라 연설한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 서경석 목사는 "노무현정권도, 김대중정권도 대기업들로부터 모금을 했다"며 "미르·K스포츠 재단은 공익재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에 부화뇌동해 탄핵을 외치는 김무성, 유승민 등은 낙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이정린 전 국방부 차관은 "이순신장군은 12척의 배로 왜적을 물리쳤다"며 "몇십만명이 모여도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