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이번주 이슈가 됐던 단어는 '제2의 을사조약'이란 비난 속에서 강행됐던 한국과 일본 간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었다. 지난 2012년 체결되려고 하다 무산된 이후 무기한 연기되었다가 최순실사태로 정국이 시끄러운 동안에 정부가 강행하면서 지난 23일 체결됐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본래 협정을 맺은 국가 간에 군사 기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협정이다. 국가 간 정보 제공 방법, 정보의 보호와 이용 방법 등을 규정한다. 지난 23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양국을 대표해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은 상대국에 대한 서면 통보를 거쳐 이날 곧바로 발효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6월 협정 체결이 막판에 무산된 이후 4년5개월만이며, 정부가 지난달 27일 체결을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27일만이다.
정부가 체결 당위성으로 주장하는 것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본의 군사 대국화에 디딤돌을 제공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반대여론이 강한 상황이었다. 특히 정부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따른 어수선한 정국에 속전속결로 협정 체결을 강행하면서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군사정보보호협정에서는 정보의 제공 방법과 보호 원칙, 파기 방법, 분실 대책 등을 정한다. 교환하는 정보는 구두, 영상, 전자, 자기, 문서는 물론 장비와 기술까지 거의 모든 형태를 망라하고 있다. 교환할 수 있는 비밀 등급은 2~3급이다. 정보 전달은 정부 대 정부 간 경로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문서 형태의 비밀은 이중 봉인된 봉투에 담아야 하는 등의 정보전달 방법도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정찰위성(5기)과 이지스함(6척), 해상초계기(77대), 탐지거리 1000㎞ 이상의 지상레이더(4기) 등 일본이 지닌 정보자산을 통해 수집한 북한의 탄도 미사일 움직임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정보 수집이 어려운 북한의 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관련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의 군사협력이 시기상조라는 여론과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정부가 협정 체결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거세 후폭풍이 예상된다.정부의 협상 재개 선언에서 체결까지 단 2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일 양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6월 GSOMIA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국내에서 밀실협상 논란이 불거져 막판에 무산된 바 있다.
한편 일본은 우리가 군사정보보호협정 또는 약정을 체결한 33번째 국가다. 우리는 이전까지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등 19개국과 정부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독일과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 13개국과는 국방부 간 군사정보보호약정을 각각 체결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도 군사정보보호약정을 체결했다. 국방부는 현재 중국을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페루, 몽골, 터키, 태국, 체코 등 8개국과 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며, 독일과 인도네시아와는 약정을 협정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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