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전군 주요 지휘관에게 "국내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국민은 어느 때보다 '안보 지킴이'로서군의 역할을 주시하며 기대하고 있다"며 "흔들림 없이 오직 적만 바라보고 묵묵히 소임을 다함으로써 국민 생명과 국가 안위를 지켜나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절대불변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24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엄중한 안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ㆍ미사일 위협을 점차 현실화, 고도화, 가속화할 뿐 아니라 언제든지 국면 전환을 위해 전략적, 작전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국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올해 국방 분야의 주요 성과로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한국형 3축 체계' 수립 ▲ 대북 맞춤형 억제전략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출범 합의 ▲ '추격형'에서 도약적 우위를 점하는 '선도형'으로 전력 증강 패러다임 전환 등을 꼽았다.
한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대외전략의 큰 변화가 예상되고 동북아 안보질서의 유동성도 증대했다"며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한 뒤 "이에 대비해 최적의 대미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ㆍ발전시켜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또 "전 장병들은 연초부터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으로 강도 높은 대비태세를 장기간 유지하면서도 한 치의 실수 없이 부여된 작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재난 지원 등 국가적 어려움 해결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치하했다.
이번 회의에는 합참의장과 육ㆍ해ㆍ공군참모총장을 포함한 주요 지휘관과 국방부 고위 간부 등 160여명이 참석했다. 국방부 장관이 주재하는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는 반기에 한 번 꼴로 열린다. 하반기 회의는 보통 12월 중순에 열리지만, 올해는연말 군사대비태세 강화 필요성 등을 고려해 시기를 앞당겼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최근 서해 최전방 마합도, 장재도, 갈도(북한명 갈리도) 등 방문으로 북한의 서해 NLL(북방한계선)해역 도발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장 지휘관의 '행동의 자유'이며 이를 토대로 '선(先)조치 후(後)보고' 원칙에 따라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회의에서는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전담 조직 예산과 인력을 보강하는 계획이 보고됐다. 남북간 군사적 대결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수준의 신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지난 23일 체결된 한미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계기로 일본의 능력을 활용해 북한의 위협을 더욱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이 밖에도 육군 동원사령부 창설과 국가예비전력연구소 설립을 포함한 예비전력정예화 방안, 병사 봉급 인상과 같은 장병 복지 개선 방안 등에 관한 계획 보고와 토론이 진행됐다.
국방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 군이 처한 안보 상황을 평가하고 주요 국방정책의 핵심 내용을 공유했으며 야전부대의 관심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토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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