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수색에 임원 소환 이어져 불확실성 변수 가중…임원인사, 조직개편 모두 오리무중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지금 인사 얘기는 내부적으로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매일 새로운 게 터지니 내일 일도 모르는데 한 달, 내년을 어떻게 생각할 수 있겠나."
주요 기업들은 연말 인사를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11월 말이라는 시점을 고려하면 인사 대상자의 윤곽이 드러나고, 누군가는 승진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기 마련인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재계의 11월, 12월 일정표를 흔들어 놓은 탓이다. 23일 검찰이 삼성 압수수색에 나선데 이어 24일에는 SK와 롯데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 수사관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임원실을 조사하는 상황에서 '인사'의 인자도 꺼내기 힘든 분위기다.
A그룹 관계자는 "임원 승진을 앞둔 사람들은 특히나 뒤숭숭한 분위기다. 가뜩이나 임원 승진자수도 줄인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최순실 게이트에 회사가 얽히면서 분위기가 안 좋다보니 승진자는 더욱 줄어들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업마다 깜짝 인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사 대상자들은 자신이 승진을 하게 될 지 여부에 대해 대략적으로 느끼기 마련이다. 최순실 사건수사라는 돌발 변수만 없었다면 임원 타이틀을 다는 것은 시간문제였지만, 현실은 '시계 제로' 상태다.
분위기도 어수선한 상황에서 승진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는 것은 역효과만 부를 뿐이다. 마음이 불안하기는 연말 인사를 통해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큰 이들도 마찬가지다. 회사와의 인연을 접을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연말 인사의 큰 그림이 바뀔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승진 인사 대상자나 회사를 떠나게 될 대상자나 모두 속이 타들어가는 상황인 셈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얽혀 조사받은 고위관계자들부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그 아래 임원인사, 조직개편 모두 오리무중이다."
연말 인사를 둘러싼 뒤숭숭한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는 직원들도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요 기업들은 연말 인사 일정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예년과 다름없이 인사 발표가 날 것이며, 내년 준비도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업들의 공식 입장과 달리 변화의 지점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올해 연말 인사를 통해 대폭의 조직개편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이를 시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인사의 큰 그림은 쇄신보다는 안정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성 변수가 정리되는 국면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이 인사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인사는 발표 전까지 모른다는 말이 있는데 현재의 상황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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