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주재원, '무당' '사이비 교주' 해명에 진땀…황당무계한 한국 상황 설명도 어려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심나영 기자, 김혜민 기자] '최순실 리스크'가 심화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외국 거래업체와의 관계에서 힘겨운 상황에 놓였다. 외국 주재원들은 해당 국가 외국인들이 질문에 응대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경제강국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는데 한국발 뉴스를 접하다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시선에 비친 한국의 상황은 '황당무계' 그 자체다.
외국인들은 '사이비 교주' '무당' 등 단어도 낯선 표현들을 곱씹어가며 그런 사람들이 국정농단을 한 게 맞냐고 물어본다. B기업 관계자는 "현지 거래처로부터 최순실 사태에 대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는데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그때마다 난감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신네 회사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 차원의 질문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가시스템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당신 국가의 무역 정책을 믿을 수 있는지, 당신네 회사와의 거래가 안전한지 물어보려는 취지다.
C기업 관계자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치적 리스크나 CEO 리스크 등 외부 변수 때문에 거래와 계약의 기본 골격이 흔들리지는 않는다고 해명한다"고 말했다. 현지 주재원끼리 만나면 최순실 얘기가 주된 화제다. 현지 거래처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정착 한국 주재원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에 떨고 있다.
외국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는 국내 기업들이 '최순실 폭탄'의 여파로 곤란한 상황을 겪는 것은 동남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은 물론 한국 교민이 많이 사는 미국 등 다른 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발 '황당한 뉴스'가 연일 외국 언론에 비중있게 보도되고 있다. 중국의 한 포털사이트는 아예 '한국 정치스캔들' 특집 코너를 따로 만들어놓았다.
국가 이미지 실추는 물론 글로벌 경영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흐르자 대응책을 모색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유럽의 한 나라의 주한상공회의소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최순실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해당 국가 주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가 비즈니스에 영향이 있는지, 이번 사태에 대한 기업들의 의견을 조사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 리스크 때문에 외국 기업이 동요하는 상황을 보며 재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올 것이 온 게 아니겠느냐. 최순실 리스크가 현실이되면서 국가 이미지가 훼손되고 그 타격은 기업이 받고 있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하루 빨리 정리되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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