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 성장률 0% 전망도
소득부진→소비위축 -저성장 악순환
가성비 중시·공유경제 등 저성장 시대에 대처하는 소비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직장인 김유선(34)씨는 지난 12일 주말을 맞아 겨울옷 장만을 위해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꼽히는 최순실 사태를 규탄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면서 쇼핑도 무산됐다. 김씨는 "촛불집회에 직접 참가하지 않더라도 한가하게 쇼핑을 할 수는 없었다"면서 "이번 주말에는 광화문에 나가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우리나라에서도 고착화된 가운데 '최순실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의 버팀목으로 꼽히던 내수마저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롯데백화점은 매출이 4% 늘었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각각 3.2%와 11.7%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정부 주도의 코리아세일페스타가 '건국이래 최대 쇼핑찬스'로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연 덕분이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주말마다 촛불집회가 열리면서 명동 일대 백화점 매출에도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가뜩이나 올해 경제성장율은 지난해에 이어 2%대 머물 전망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4분기 우리나라 성장율이 0%대 초반으로 낮아지거나 역신장 할 수 있다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내년도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지난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2017년 경제·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소득 증가 부진, 가계부채 리스크, 건설경기 둔화 등 내수 부진으로 3년 연속 2%대 저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불확실한 대외요인까지 더해지면 씨티그룹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7%에서 2.1%로 0.6% 포인트 낮춰 잡았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내년 전망치로 2.4%를 제시했다.
성장율이 둔화되고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정공백으로 인해 이미 침체에 접어든 경기를 끌어올린 경제적 비전을 제시할 수 없어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부채질하면서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더 조여맬수 있다.
실제 최근 소비 트렌트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온라인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는 것도 같은 제품이라도 오프라인 매장보다 가격 할인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값비싼 비용을 들여 상품을 구입하는 소유가 아닌 대여하는 공유경제도 저성장 기조에 대처하는 소비자의 노하우인 셈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코리아 2017'에서 “한국은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는데 엔진이 고장난 조각배에 선장도 구명정도 보이지 않는 형국”으로 비유했다.
저자들은 내년 혼자 먹고 노는 ‘픽미세대’와 불안한 사회안전망에서 각개전투로 살아남는 처세인 ‘각자도생’, 이 순간을 즐기는 ‘욜로 라이프’, ‘자발적으로 가난’을 택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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