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은 공정성이다. 정해진 룰 안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과 노력만으로 승부를 겨룬다, 부모의 돈과 권력이 아무리 많아도 결코 유리하지 않는 것이 스포츠의 본질이다. 깨끗하지 못한 정권이 심판을 매수해 부당한 방법으로 금메달을 딴 선수가 이를 평생토록 부끄러워하며 괴로움 속에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렇듯 승리를 위한 선수들의 땀과 노력 이외에 선수들을 정당하게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필자가 전공하는 스포츠과학이다. 단 1%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 옆에서 생리학적, 역학적, 심리학적 연구를 통해 이들을 돕는 연구 분야이다.
운동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한 노력에 관해 작년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렸던 흥미로운 기사를 소개하고 싶다. 전직 영국 사이클 대표팀 코치로 기사 작위까지 받은 데이브 브레일스포트경의 ?%의 경기력 향상이 올림픽 금메달을 이끈다”라는 인터뷰 기사이다. 그가 2002년 처음 영국 대표팀을 맡았을 때, 영국 사이클팀은 76년간 역사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만 획득한 보잘 것 없는 팀이었지만,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트랙 사이클에서 금메달 10개 중 7개를 획득하는 쾌거를 달성하고, 4년 뒤 또다시 대표팀을 맡아 런던 올림픽에서도 같은 성과를 거뒀다. 브레일스포드경은 MBA 학위를 취득한 전직 프로 사이클 선수로 ‘한계 이득 이론’을 사이클에 적용했다. 즉, 그는 만약 팀이 금메달을 딸 실력이 안될 경우, 경기력과 관련된 모든 요소를 1%씩 향상시키고, 이를 모두 합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는 풍동 실험을 통해 미세하게나마 유체역학적으로 유리한 자세를 찾아내려고 노력했으며, 주행 중 사이클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바이크에 붙은 미세한 먼지임을 알아내고 이를 제거하였다. 또한 경기 중 선수의 컨디션을 떨어뜨리는 사소한 질병까지 예방하기위해 의사를 고용해 선수들에게 청결하게 손 씻는 법을 가르쳤으며, 심지어는 올림픽 중에는 악수도 금지시켰다. 정교하게 선수들의 식단을 준비했고, 매일 밤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자국에서 자신이 쓰던 매트리스와 베개까지 공수해왔다. 한편 실전에서 사용할 경기 전략을 짜기 위해 모든 경기를 정밀하게 분석했고, 스타트 라인에서 빠른 출발을 위해 필요한 파워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각 선수들 별로 부족한 파워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교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용했다. 이렇듯 모든 가능한 부분에서 세심하게 향상을 도모했고, 그는 이러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지난 리우 올림픽에서도 역시 사이클에서 6개의 금메달을 휩쓸어 영국이 종합 2위를 차지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과학자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자국의 사이클 선수들이 사용할 최고 수준의 사이클수트와 바이크를 개발해 지원했으며, 과학적으로 훈련을 지원하는 Room X라는 비밀의 방에서 선수들이 공기의 저항을 뚫고 최적으로 파워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왔고, 고도로 정밀한 스포츠과학을 기반으로 선수들의 영양 및 컨디션을 치밀하게 관리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간발의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는 경기의 특성상 장비가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머리끝(폴리탄소섬유 헬멧)부터 발끝(탄소섬유 사이클 신발)까지 매우 미세하게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F1의 경주용 자동차에 적용되는 유체역학적 차체 외관 페인트 기술까지 도입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국정 농단 사태의 주인공들은 공정한 사회를 절실히 원하는 온 국민들을 농락했을 뿐만 아니라, 0.1초라는 찰나의 기록을 줄이기 위해 지금도 굵은 땀방울 흘리고 있는 스포츠선수들과 이들 옆에서 밤새 고민하며 지원하고 있는 많은 스포츠과학자들을 농락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기광 국민대 체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