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늦어도 오는 16일까지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13일 밝혔다.
원칙은 대면조사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직접 검찰청사로 부르는 경우의 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간 국가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경호상 안전 등을 감안할 때 청와대나 별도 제3의 장소로 수사팀이 찾아가는 방문조사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사 시기·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청와대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시점은 오는 20일로 다가온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구속만기가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청와대 참모진의 개입에 힘입어 국내 기업들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및 개인회사 등을 통해 각종 이권을 거머진 최씨나 차은택씨 범행이 박 대통령의 지시, 내지 묵인·방조 없이는 어렵다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작년 7월 박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지목된 국내 대기업집단 총수들을 긴박하게 비공개 소환한 것 역시 대통령 조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다. 검찰은 전날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을 불러 조사하는 등 주말을 틈타 박 대통령과 개별 면담을 가진 기업 총수들을 모두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최씨를 법정에 세우기에 앞서 경제정책이나 사정(司正)권 발동 등 각종 수혜와 법인 자금을 맞바꾼 박 대통령의 ‘거래 상대방’ 내지 ‘피해자’로 지목된 이들을 조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언론 주목도가 덜한 주말 오후·새벽을 틈타 출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재계에 대한 ‘배려’아니냐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제일 급한 건 빨리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이라며 “총수들의 일정을 취소·연기시켜가며 검찰 수사 협조를 이끌어내는 대신 (비공개 소환을 원하는) 간곡한 요청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일단 참고인 신분”이라며 조사대상으로 전락한 박 대통령의 범죄 관여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법조계는 조사 경과에 따라 박 대통령이 최씨나, 박 대통령의 지시로 이권개입을 거든 정황이 불거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의 공범으로 다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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