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책은 현지 기업과의 M&A
장기적으론 투자개념 접근…진출 교두보 마련해야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선출되면서 임기 중 추진하기로 공약한 1조달러 규모의 공공 인프라 투자가 주목을 끌고 있다. 다수의 해외 시공경험을 가진 국내 건설사로서는 '1조달러의 SOC사업'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미국 현지에서 인프라사업을 수행한 실적이 미미해 실적을 기반으로 경쟁해야 하는 현지 입찰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포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1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1970년 미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70개 업체가 총 318건의 공사를 수행했다. 금액으로는 87억2331만달러 규모다. 같은기간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가 총 1만1587건, 금액으로는 7448억9776만달러다. 미국의 비중은 건수로 2.74%, 금액으로는 1.17%로 극히 적다.
미국과 오랜 혈맹의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국내 건설사들의 미국시장 진출이 이토록 미미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술정책연구실장은 "미국에는 내로라 하는 세계 최고 그룹의 건설사들이 포진해 있어 경쟁에서 밀리는 데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성장하기에는 중동과 아시아시장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미국에는 벡텔이나 플루어다니엘 등 세계 시장을 휩쓰는 건설사들이 포진해 있다. 더욱이 SOC 분야에서는 수백년간의 노하우를 쌓아 실패를 통해 최고의 기술력을 쌓은 상태다. 이로인해 세계적인 프로젝트의 개념설계나 구조설계 등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은 미국 회사들이 담당하고, 나머지 단순시공 분야를 제3국 건설사들이 맡는 구조가 정착돼 있다.
더욱이 건설업은 하도급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구조인데 협력업체와 숙련된 인력을 갖춘 곳이 드물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숙련 인력을 중동이나 동남아지역으로 보내는 것도 버거운데 체류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으로 보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며 이런 비용으로 인해 수주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내국 인력의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건설사들의 진출에 한계로 작용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지목된다.
이에 건설사들의 미국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지 않다. 최 실장은 "SOC사업이라고 하면 토목분야인데 이 분야는 대부분 자국기업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현재 우리 기업이 미국 진출 발판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도급으로 수익을 얻기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미국 진출을 노린다면 간접적 방식을 활용해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실장은 "단기에 미국 내 시장을 선점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 기업과의 M&A"라며 "미국에 진출해 있는 해외기업의 대부분이 유럽기업으로 미국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출 발판을 마련했고 발 빠른 중국이 이러한 방식을 따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벌어들이는 오일머니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럴려면 미국이나 중남미 시장으로 진출이 불가피하다"며 "당장 수익을 내기보다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 미국진출의 교두보부터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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