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국정농단 파문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순실씨가 좌지우지한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기업 강제모금 의혹과 관련해 전담팀을 꾸려 돈을 댄 기업들을 본격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7일,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검사 10명이 지원된 사실을 언급하며 "그 안에서 (기업 전담수사) 팀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전담팀은 부부장검사 1명을 포함해 검사 3명으로 구성됐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두 재단에 모두 800억원 가까운 돈을 출연한 53개 기업을 전수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앞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강제모금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공범으로 보고 구속했다.
주요 수사 대상은 10억원 이상을 출연한 대기업들이 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가 68억8000만원, SK하이닉스가 68억원, 삼성전자가 60억원, 포스코가 49억원을 출연하는 등 정부 정책과 이해관계가 깊은 대기업들이 주로 거액을 출연했다.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직접수사를 앞둔 박근혜 대통령을 더 강하게 압박한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날 두 재단에 대한 기업들의 출연을 독려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박모 전무와 이모 상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재단 설립 이전부터 사무실을 마련하고 두 재단을 오가며 사업과 관련해 최씨 지시를 전해 온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김성현 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도 불러 재단의 실질적 설립 주체와 강제모금 정황 등을 확인했다.
검찰은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24일 대기업 총수 17명을 불러 오찬을 함께 하고 오찬을 한 당일과 이튿날 주요 대기업 총수 7명을 따로 만나 두 재단에 대한 출연을 요청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이 박 대통령을 따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안 전 수석이 중간에서 주도한 강제모금의 정점에 박 대통령이 서 있었다는 게 드러나는 셈이다. 안 전 수석은 그간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로 재단 기금을 모았다'는 취지로 수 차례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의 작년도 다이어리를 확보해 당시의 정황을 확인할 방침이다.
해당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를 확인해야 해서다. 이럴 경우 당시 기업들이 낸 돈에 뇌물의 성격이 있었는지 또한 조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아직까지 두 재단의 강제모금 의혹에 뇌물 혐의를 적용하진 않고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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