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국무총리로 내정하는 등 전격적으로 개각을 단행하면서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해 온 야권은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이 야권의 요구를 묵살한 만큼 당분간 정국의 급랭(急冷)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야권은 청와대가 개각을 단행하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개각 소식을 접한 뒤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은 민심을 거스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국을 돌파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라며 "앞으로 박 대통령은 더 큰 시련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밝혔다.
당초 김 내정자를 새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했던 국민의당 역시 반발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야당과 한 마디 상의도, 사전통보도 없이 총리 등 일부 내각을 개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면을 인사국면으로 전환시키려는 작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정의당을 제외한 야권은 각론은 다르지만 대체로 여야가 합의해 구성하는 '거국중립내각' 수립을 요구해왔다. 새누리당 역시 지난 30일 청와대에 공식적으로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했지만,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은 사흘 만에 여야의 요구를 묵살한 셈이 됐다.
이에 따라 정국은 당분간 얼어붙을 전망이다. 당장 김 내정자의 임명동의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헌법상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20대 국회는 이미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3당의 의석은 과반수를 훌쩍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줄곧 거국내각 수립을 요구한 비박(非朴·비박근혜계) 진영도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던 야권이 강경모드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당장 정의당과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며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겠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도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도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온건한 우리 국민의당을 박 대통령이 자꾸만 강경한 국민의당으로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아직도 충분한 반성과 현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여당은 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개각에 원론적인 반응을 냈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새누리당은 이번 개각이 위기에 처한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 평가한다"며 "야당도 책임 있는 자세로 이번 개각에 대해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