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상승세 멈추고…인허가도 3개월째 감소
11·3대책이 침체 부를까 우려…막판 수위 놓고 고심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부동산 시장에 경고음을 울리던 각종 지표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공급 과잉 논란을 촉발한 주택 인허가 실적이 올해 들어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미분양 물량도 두 달 연속 줄었다. 주택 공급이 늘면서 전셋값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과열의 진앙지인 강남 재건축도 33주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이 같은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 추가 대책 발표를 사흘 앞둔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고위관계자는 31일 "부동산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거기에 필요한 대책을 단계적·선별적으로 내놓겠다는 방침은 끝까지 변함이 없다"며 "주요 통계의 추이를 종합 판단해 내달 3일 발표할 대책의 (수위)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 일주일 전에 예고한 것도 시장의 움직임을 최대한 반영, 지나치게 물렁하게 하거나 과도하게 위축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정부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구두 개입이 시장에서는 일정 부분 먹혀드는 분위기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과열 양상을 빚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상승세가 33주 만에 멈췄다. 재건축 단지의 상승세가 주춤하자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도 반토막 났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4일 부동산 대책을 예고한 이후 수천만원씩 내려앉던 호가도 하락세를 멈췄다.
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는 상황에서 주택 시장의 주요 통계도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이 4만8024가구로 집계, 3개월 연속 감소하며 연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무려 45.4%나 급감한 것이다.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가 꾸준히 이어지면 전국 미분양 주택도 두 달 연속 감소, 시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에 시장에선 정부의 추가 대책의 강도가 생각보다 낮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미 정부가 과열 지역에 대한 선별 규제를 예고한 데다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여서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지역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가 자칫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면서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더 늘어날 예정이어서 시장을 급랭시키면 경제 전반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하거나 국지적인 전매제한 기간 연장 등의 조치를 하는 선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심교언 건국대(부동산학) 교수는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다 보면 부작용이 생기고 오히려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면서 "불법청약이나 불법전매 같은 것만 정부에서 잘 단속해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분양시장에서는 여전히 전매 수익을 얻으려는 이들도 적지 않아 정부가 확실한 시그널을 주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부동산 시장의 과열 원인은 저금리인데, 이런 구조적인 부분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다. 지난주 견본주택을 개관한 주요 7개 견본주택에는 사흘간 17만4000여명이 몰렸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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