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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참여정부에 던진 비수가 면죄부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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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사유화를 공개 시인한 가운데 문건 유출·누설에 연루된 청와대 관계자들의 형사처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공교롭게도 현 정부가 출범 첫 해부터 참여정부 관계자 등을 옥죄었던 전례가 그들의 면죄부가 될 형국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사건 수사팀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쓰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를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PC에 담긴 파일의 생성 경위와 주체, 메일·메신저 사용내역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JTBC는 24, 25일 이틀 연이은 보도로 최씨가 2012년 12월~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 행사 연설문은 물론 국무회의 발언, 대선 유세문, 당시 대선후보 TV토론 자료, 당선 공식 연설문, 국가안보·경제정책이 담긴 당선인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시나리오 등을 사전에 받아봤다고 폭로했다. 연설문 44개를 비롯한 200여개 파일이 담긴 PC는 검찰이 넘겨받아 분석 중이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전날 “민간인 신분 최순실이 청와대 내부인들과 공모해 주요 문건들을 받았으면 긴급 체포·구속해 법정형으로 엄벌하라”며 최씨 및 불특정 유출 관련자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 사건도 서울중앙지검이 넘겨받아 이르면 26일 고발내용을 검토해 수사부서를 정할 방침이다.

참여정부가 국정운영의 투명성·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 및 보좌진이 당선인 시절부터 생산·접수해 보유한 기록물·물품을 국가 소유 대통령기록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무단으로 파기·국외반출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무단 은닉·유출·손상·멸실의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대통령기록물에 담긴 내용을 누설한 자도 3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7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박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사과를 통해 최씨에 대한 연설문 유출·누설을 인정했다. PC에 담긴 내용물의 성격에 따라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내지는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우선 박 대통령은 헌법상 내란·외환의 죄를 범하지 않고서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아 당장 수사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다만 이에 연루된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법망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평이다.


최씨 측근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거의 매일 밤 청와대의 정호성 제1부속실장이 (대통령 보고자료를)사무실로 들고 왔다”고 밝혔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이 함께하는 비선모임에서 “90%는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 정책과 관련된 게 대부분”인 주제를 다뤘다고 한다. 정 부속비서관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과 더불어 현 정부 문고리 3인방으로 일컬어진다.


연루자를 추려내더라도 실제 형사처벌은 공무상 비밀누설 책임을 묻게 될 가능성이 크다. 최종 연설문 이전의 문건들이 법령이 보호하는 ‘대통령기록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서다. 판례상 결재권자의 결재 없는 결재 예정문서(과정문서), 원본문서 외 추가출력물이나 복사본은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법부의 이 같은 판단기준은 공교롭게도 현 정부가 들어서며 수립됐다.


(서해 북방한계선, NLL 관련) “나라를 지키는 데 원칙이 없는 세력은 절대 국민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박근혜, 2012년 10월 19일, 새누리당 서울시당 선대위 출범식)“며 맹공을 펼치다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취임 첫 해 참여정부 통일외교안보정책실 관계자들을 법정에 세웠다.


검찰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본 삭제가 위법하다면서 대통령에게 보고된 과정문서도 대통령기록물이라는 논리를 폈지만 1·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됐고, 검찰이 불복해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다. 수사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만 회의록 발췌본을 공개하며 위법 논란이 일자 박 대통령은 “NLL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며 사실상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보고문서에 더해 추가출력물이나 복사본도 유출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은 최씨 전 남편 이름이 붙은 이른바 ‘정윤회 동향 문건’ 사건에서 검찰이 펼친 것이다. 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 등 윗선 지시에 따라 2013년 6월~2014년 1월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건 등을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 측에 건넨 사건이다. 이 사건 역시 법원이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이 불복해 5월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검찰이 그간 대통령기록물에 대해 견지해 온 판단을 버리고 돌연 법원 판결에 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 특별검사 도입 논의까지 불거진 가운데 문건유출이 표면화된 계기에는 검찰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뒤늦게 착수한 영향도 있다. 문제의 PC는 최씨가 국외로 종적을 감추며 폐기를 시도한 국내 사무실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검찰은 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 이튿날인 26일 미르·K스포츠재단 및 전국경제인연합회 사무실과 주요 관계자 주거지 압수수색에 나섰다. 시민단체 고발장이 접수된 지 28일, 수사 착수 22일만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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