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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力은 國力]집에선 4자녀 '억척엄마' 포스코에선 자랑스러운 '鐵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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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포스코 원료실 광석그룹장
아이 넷 다둥이 엄마로 유명…급식당번은 남편, 육아담당 시어머니
'깡'과 '일 욕심'으로 보낸 26년
맏딸 결혼 신경 못 쓰고, 아이 소풍 간 것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아이들 독립적으로 자라…'포스코 다니는 엄마' 자랑스러워 해
"여성후배 길 터 주는 것이 앞으로 목표"

[女力은 國力]집에선 4자녀 '억척엄마' 포스코에선 자랑스러운 '鐵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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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아이 넷 중 맏이가 이제 25살이에요. 지난 7월에 결혼을 했어요. 그래도 할머니는 천천히 되고 싶어요." 마르고 작은 체구에서 시원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올해로 입사 26년차. 포스코 여성공채 1기로 들어온 이유경 상무는 사내에서 유명한 '다둥이 엄마'다.

이 상무는 1992년 포스코 사원일 때부터 2002년 대리였을 때까지 네명의 자녀를 연달아 낳았다. 지금은 직장에 입사하자마자 결혼 한 25살 딸, 군 복무중인 24살 아들, 대학교 새내기인 20살 딸, 이제 중학교 2학년인 15살 막내아들을 뒀다.


"계획했더라면 이렇게 꾸렸을까요?" 가족계획을 세웠었냐는 질문을 그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받았다. 셋째를 낳을 때까지 그녀는 딱 2개월씩만 쉬고 회사에 나왔다."육아휴직이라는 건 생각도 못했을 때였어요. 넷째를 낳고 나서야 육아휴직 8개월을 냈지요" 막내를 임신했을 때 회사 복도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던 걸 들켜서 '타의로' 휴직계를 냈다고 했다.

"너무 힘들어서 시골에 계신 부모님과 통화를 하던 차에 울컥거리는 걸 부문장님이 보셔서 절 부르시더라고요. 사실대로 이야기했죠. 네번째 임신이라 이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가만히 들으시더니 임신하고 회사 다니는 게 어려운 일인 줄 알지만 그 과정을 이미 세 번 겪어서 슬기롭게 극복할거라고 믿는다. 너무 힘들면 휴직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셔서 감사히 받아들였죠."


이 상무는 혼자만의 능력으론 4명을 낳아 키우면서 절대 포스코를 계속 다닐 수 없었을 거라고 했다. 마음으로 그녀를 이해해주는 회사 선후배가 큰 힘이 됐다. 당시 부문장은 퇴직했지만 그는 지금도 해마다 이 상무가 찾아가 인사를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일로 성공하고 싶다" '깡'으로 버티며 네 아이 낳아


그래도 일 하나 만큼은 똑부러지게 하고 싶었다. 최대한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깡'으로 버티며 임신 6개월이 지나도록 그 사실을 숨겼다.


"임신해서 일을 덜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게끔, 아예 주변에서 모르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 개인적으로 힘들었지만 주위 사람들이 저를 보고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어떻게 아이를 저렇게 많이 나을 수 있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싫었어요. 입덧이 굉장히 심했어요. 화장실에 가서 '웩웩' 소리까지 참아가며 다 토할 때도 야근은 꼭 하고 퇴근했죠."


이 상무는 사회초년병 시절부터 일로 인정받고 싶었다. 고려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해 처음 외국계 정보기술(IT)회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개인적인 사내문화와 책임자급은 모두 외국인들로 채워져 있는 현실에 회의를 느껴 이직을 결심했다. 마침 신문 광고에서 '포스코 여직원 공채 1기'를 뽑는다는 광고가 눈에 띄었다. '포스코에는 여성, 남성 구분 없이 역량에 따라 직종을 선택할 수 있고 급여도 차등이 없다'는 문구에 끌렸다.


"지금은 당연한 거지만 그때는 파격적인 조건이었어요. 사회 생활을 오랫동안 해서 성공하고 싶었던 저에겐 딱이었지요."


◆급식당번 자처한 남편, 일 응원해 준 시어머니
 
일에 대한 욕심을 가장 잘 이해해준 사람은 남편과 시어머니였다. 남편은 첫째를 낳았을 때 "직장을 그만 두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이 상무가 완강히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자 둘째, 셋째, 넷째를 낳은 이후에는 더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줬다. 사업을 하는 남편은 이 상무보다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었다. 아이들의 초등학교 급식 당번을 소화해 낸 것도 남편 몫이었다.


[女力은 國力]집에선 4자녀 '억척엄마' 포스코에선 자랑스러운 '鐵女'


"맏이 때 남편이 학교에 가니 아빠들이 오는 것을 한번도 못봤던 다른 엄마들도 깜짝 놀라더래요. 급식을 다녀온 남편이 큰 밥통을 옮겨주고 수거하는 일을 하면서 이 육체노동을 엄마들만 하기엔 힘들겠다며 계속 자진해서 참여해줬어요. 고맙죠."


시어머니는 이 상무를 대신해 아이 넷을 키웠다. 첫째가 태어나고 1년동안은 출근할 에 시댁에 아이를 맡겨두고, 퇴근할 때 찾아왔다. 둘째까지 낳자 집을 합치자고 'SOS'를 쳤다. 시어머니는 흔쾌히 받아주셨다.


"설비구매, 원료구매 업무를 쭉 해 와서 외부 공급사와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식사자리도 많고, 해외출장도 잦았지만 시어머니께서는 20년이 넘도록 저에게 왜 이렇게 바쁘냐라는 말 한마디 하신적이 없어요. 다른 사람들은 시어머니랑 같이 살아서 힘들겠다고 하지만 전혀요. 저에게는 각별한 분이시지요."


◆소풍도, 결혼도 스스로…독립적인 아이들


자녀들은 독립적으로 성장했다. 오히려 이 상무가 곁에서 하나하나 간섭하지 않아 만들어진 성향이라고 했다. 무엇이든 결정도 스스로 하고, 실행에 옮기기 전 그녀에게 상의를 한다. 이 상무는 아이들 의견을 존중하고 대부분 동의해준다고 했다.


첫째딸의 결혼 과정도 손댈 것이 없었다. 뭘 해줘야 해나 걱정했지만, 딸과 사위는 알아서 준비하고 카톡으로 보고했다. "오히려 신경을 못 써주니까 알아서들 너무 잘 챙기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아이들을 키운거죠."


아이가 소풍을 간 것도 모를 만큼 바쁜 엄마였다. 첫째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소풍을 다녀온 걸 다음날이 되서야 알았다.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밥은 어떻게 했냐고 물어봤더니 소풍가는 날 아침에 혼자서 싱크대에 있는 빈도시락통을 챙겨 가지고 김밥천국에 갔데요. 가서 아줌마한테 참치 김밥이랑 불고기 김밥을 넣어달라고 해서 싸가지고 갔다는거에요. 기특하면서도 짠하기도 했지요. 둘째, 셋째도 맏이를 닮았어요. 막내는 다들 돌봐주는데 익숙하다보니 아직도 손이 많이 가요."


◆끝까지 버텨라 '자랑스러운 엄마'된다


지금도 닮고 싶은 롤모델이 있다. 철광석 구매를 담당하는 이 상무는 해외 계약사 임원들을 자주 만난다. 대표적인 곳이 세계 최대 광산기업인 호주BHP다. 그곳의 여성 바이스 프레지던트는 BHP에서 오랫동안 일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 자리까지 올라간 것도 대단하지만, 싱가포르에서 후배 여성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일까지 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기회가 되면 후배 여성 인력들을 키우는데 기여하고 싶어서 계획 중이에요."


요즘 직장맘들은 첫째를 낳고 난 뒤, 둘째는 꿈도 못 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가 키우나'라는 현실적인 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상무는 아이는 많을 수록 좋다고 했다.


"외동이면 밖에서 친구를 찾아야 하지만 두 명 이상 되면 집안에서 사회성이 만들어져요. 비용도 첫째보다는 둘째, 둘째보다는 셋째가 덜 들어요. 힘들다고 관두지 마세요. 갓난아기 때, 초등학교 입학 때만 잘 넘기면 됩니다. 회사다니는 기간이 20~30년이라고 치면 힘든 기간은 정말 짧아요. 이젠 '포스코에서 일하는 엄마'라고 우리 아이들은 물론 사위까지 저를 자랑스러워 하는걸요."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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