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 공무원에게 들은 말이 있다. LG유플러스는 뭔가를 지적하면 항상 "3위 사업자인데" 라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3위 사업자니까 좀 봐달라는 것이다.
통신시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총 3개 사업자가 독과점하고 있는 시장이다. 5:3:2의 점유율도 고착된 지 오래다. 3위 사업자가 성장해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LG유플러스는 가입자만 1200만명이 넘는 대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8조6541억원, 영업이익 6323억원을 거뒀다. 그러나 그동안 '만년 3위'라는 꼬리표가 임직원들의 사고에 뿌리 깊게 박혀있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대표가 지난해 말 취임하면서 LG유플러스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했다. 권 대표는 LG화학, LG디스플레이를 세계 1위로 이끈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부임 후 LG유플러스에 '1등 DNA'를 심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를 대하는 LG유플러스의 태도 어디에서도 권 대표가 강조한 '1등 DNA'를 찾아볼 수 없다.
이번 국감에서 업계의 최대 화두는 LG유플러스 다단계 영업이다. 권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논란에 밀려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면 돌파를 할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본인이 다단계 영업 문제로 국감 증인에 출석할 상황이 되자 생각이 바뀐 듯하다. 그 회사 상무는 국회에 "내년 1월까지 다단계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권 대표를 증인에서 빼냈다.
목적을 달성한 LG유플러스는 국감장에서 돌변했다. 시간만 지나가면 된다는 태도였다. 상무가 한 말은 본사 차원에서 논의된 내용이 아니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책임은 아래로, 성과는 위로 올리는 전형적인 '3류'의 모습이다.
결국 권 대표는 오는 18일 열리는 정무위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재신청됐다. 이번에도 '다단계 영업을 그만둘테니 국감 증인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할 지도 모르겠다. 권 대표가 생각하는 1등 DNA가 이런 모습이었을지는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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