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일터삶터]퐁뻬제철소의 자부심 에펠탑

시계아이콘01분 39초 소요

[일터삶터]퐁뻬제철소의 자부심 에펠탑 김종대 동국제강 상무
AD

3년 전, 혼자 유럽 배낭여행을 감행했다. 아내는 환갑을 넘기더니 주책을 떤다면서 극구 말렸다. 암튼 40일간 독일과 프랑스의 '철강이 쓰인 현장'을 찾아 다녔다. 한손에는 영어회화 책을 들고, 배낭에는 육포를 비상식량으로 챙겼다. 내심 현지 곳곳에서 만나기로 한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애써 위안했었다.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동프랑스까지 두 번 기차를 갈아타면서 우여곡절은 시작됐다. 미리 예약한 2등석 좌석이 문제였다. 10칸짜리 기차의 지정 탑승구를 잘못 찾아, 8칸을 헤집고 겨우 도착한 내 좌석에는 젊은 유럽인이 앉아 있었다. 일어나라고 손짓까지 동원해도 젊은이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모른 체했다. 녀석은 분명 말귀를 알아들었으나 동양인을 깔보는 눈빛이 역력했다. 어쩌나 보려는 태도였다. 난감했다. 기차 승무원이 오고 나서야 오만불손한 행동은 해결됐지만 뒷맛은 엄청 불쾌했다.
동프랑스역에 도착해서야 동양인을 깔봤던 이유가 풀렸다. 당시 프랑스의 경제침체는 극한상황이었다. 활력이 넘쳤던 독일 프랑크푸르트역과는 달리 동프랑스역은 2인1조의 군인들이 역내를 경계할 정도로 삼엄했다. 가끔 알제리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켰고, 주변은 걸인이 득실거렸다. 가무잡잡한 유색인들의 번득이는 눈은 여행객의 빈틈을 노렸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여유롭게 해외여행 하는 동양인의 등장에 어깃장을 놓고 싶었을 법하다.


다행스럽게도 파리 여행 안내자는 파리지앵이었다. 강희철 박사(66세). 그는 파리에서 35년을 살았다. 파리 곳곳을 잘 안다. 파리 대학을 다녔고 박사학위도 따냈다. 그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파리 지하철을 탔다. 지하 수 십 미터를 내려가야 하고 안내표식을 잘 봐야만 제대로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철도역사를 미술관으로 변신 시킨 오를레앙 미술관은 서울 역사와 큰 비교가 되었다. 귀족들의 전유물처럼 된 미술품을 누구나 관람할 수 있게 한 프랑스인들의 발상에 작은 감동을 받았다.

품격 높은 센 강변의 정취는 지금도 삼삼하다. 그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프랑스 노부부의 산책이다. 베이지색 버버리, 은발, 가디건 스웨터를 앙상블로 걸친 노부부는 하얀색 강아지를 앞세우고 산책에 나선 듯 했다. 저녁노을과 겹쳐 한 폭의 그림이 만들어졌다. "플라뇌르" "우리도 백발이 되면 저렇게 유유자적 할 수 있을까?" 강박사의 독백이었다. 귀가 솔깃했다. '플라뇌르'는 인생의 황혼을 즐기는 성공한 사람들이란다. 옛날에는 강아지 대신 거북이를 앞세우고 다녔단다. 이처럼 여유로운 삶은 침체된 경제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프랑스 사람들과는 전혀 달랐다.


이곳의 건물과 구조물들은 모두 예술품 같았다. 고딕풍의 옛 건물과 그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에펠탑은 유독 필자의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프랑스인의 자부심이며, '그랑되르(Great)'로 삼고 있다는 에펠탑에 근접해서 자세히 살폈다. 작은 동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FURGES ET USINES DE POMPEY.' 퐁뻬제철소 생산품이라는 표식이었다. 문득, 일본 간몬교에 신일본제철, 신호제강의 이름이 새겨진 사실과 베들레햄스틸의 철강재가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 쓰였다는 각각의 명패가 오래된 기억 속에서 튀어 나왔다. 그런데, 프랑스는 이미 1889년에 세워진 에펠탑에도 철강소재의 원산지를 밝히고 있었다. 코리아의 건축물과 구조물에 어느 회사의 철강재가 쓰였다는 표식을 본 적이 없는 철강인은 큰 발견을 한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중국발 철강재의 무분별한 수입을 방지할 수 있는 실증 단서를 찾았기 때문이다. 철장이의 눈에는 철만 보인다고,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조차 철강 산업의 빛과 그림자를 생각하는 필자는 애초부터 여유로운 인생을 즐기는 '플라뇌르'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김종대 동국제강 상무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