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유화업계, "설비 줄여라" 방침에 '난색'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30일 정부가 내놓은 철강·석유화학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재계가 시끄럽다. 각 협회는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당장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 업체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설비 감축을 권유하는 정부와 버티는 업계 간 눈치싸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발(發) 철강·석화 구조조정 실행의 관건은 설비 감축이다. 정부는 대표적인 공급과잉 품목으로 철강은 후판을, 석유화학은 테레프탈산(TPA)을 지목하고 각각 생산량의 50%, 30%를 줄일 것을 권유했다. 후판은 설비 가동 중단과 매각, 사업 분할을 통해 생산량을 줄이도록 했으며 TPA는 인수합병(M&A)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두 품목 모두 향후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후판 과잉생산률이 현재 12%에서 2020년에는 40%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설비 대비 가동률이 이만큼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을 의뢰한 각 협회는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철강협회는 "미래지향적이고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돼 기대가 크다"며 "수요침체가 우려되는 품목은 업계가 자율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석유화학협회 역시 "적극 환영한다"며 "대책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생산량을 줄여야하는 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현재 수요산업인 조선업황이 좋지 않아 주문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다. 공장을 100% 돌리지 않더라도 유지보수비를 들이는 편이 매각 보단 낫다고 판단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공장하나를 짓는데 들인 천문학적인 비용을 고려하면 유지보수가 더 저렴하다"며 "철강업계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만큼 무조건 줄여라 하지말고 수출길을 열어주거나 수요가 있는 건축용, 원유 수송관 등 특수용으로 후판을 전환토록 하는 등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불만을 표하고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업계 간 자율적으로 M&A를 진행하라는 것이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M&A 혹은 감산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저유가로 수요나 가격 측면에서 아직은 버틸 수 있어 당장 매물로 나오는 설비는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다 아는 방향을 다시 한 번 언급한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왜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지를 따져보고 해결책을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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