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태핑' 등 상용특허 걸린 '2차 소송', 항소심 재심리서 애플 손 들어줘
삼성에 1억1900만달러 배상 결론낸 1심 판결 다시 효력…삼성, 상고 검토 중
'제품 디자인' 놓고 주요 공방 벌인 '1차 소송', 이번주 상고심 구두변론 시작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특허 침해 여부를 두고 5년 이상 이어온 '세기의 소송'이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1, 2차로 나눠 진행되고 있는 양사의 특허 침해 소송은 실질적인 승자를 가리는 것이 무색할 만큼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애플의 손을 들어준 것은 2차 소송의 항소심 전원합의체 재심리였다.
삼성·애플 간 2차 소송은 1차 소송과 별개로 2012년 2월 시작됐다. 2014년 5월 1심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데이터 태핑(647) 특허, 단어 자동완성(172) 특허, 밀어서 잠금 해제(721) 특허 등을 침해했다고 인정하면서 배상금 1억1960만달러(약 1334억원)를 부과했다.
삼성은 바로 항소했다. 지난 2월 2차 소송 항소법원은 쟁점이 된 3개의 애플 특허를 모두 인정하지 않으면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데이터 태핑 특허는 삼성·애플간 기술의 작동 원리가 다르다고 해석했고, 단어 자동완성과 밀어서 잠금 해제는 특허권을 무효로 봤다. 1심 법원이 부과한 애플의 삼성 특허 침해에 따른 배상금 15만8400달러는 유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업계는 2차 소송의 승기는 삼성에게로 갔다고 봤다.
상황은 다시 역전됐다. 애플이 제기한 항소법원 전원합의체 재심리 요구에 대한 결론이 지난 2월 항소법원의 판결을 다시 뒤집은 것이다. 항소법원은 11명으로 구성된 재판부 중 8명이 다수 의견을 낸 지난 7일 판결문을 통해 '지난 2월 3인 재판부 심리로 내려졌던 판결이 항소 과정에서 제기되지 않았던 사안에 의존해 이뤄졌거나, 소송 기록에 담긴 범위 이상의 정보를 토대로 이뤄졌다'는 논리를 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애플에 1억196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의 효력이 다시 생겨났다. 삼성전자는 이번 항소법원의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대법원 상고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세계 법원에서 이뤄지던 삼성·애플간 소송은 2014년 8월 미국에서의 1, 2차 소송 만을 남기고 모두 철회된 바 있다. 당시 양사는 소송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정보기술(IT) 발전에 쓰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진행하는 소송의 결론은 양사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2차 소송과 별개로 진행 중인 1차 소송은 2011년 4월에 시작돼 현재 미국 대법원 디자인 특허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1차 소송은 1, 2심에서 패소한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애플에 손해배상액 5억4800만달러(약 6120억원)를 지급한 상태다. 삼성은 1차 소송 배상액 책정이 불합리하다며 상고했다.
상고심은 오는 11일 진행된다. 이 자리에서 연방대법원은 '특정 구성요소에 적용된 디자인 특허 침해로 손해배상액을 특허 침해자의 전체 이익에서 책정해서는 안된다'는 요지의 삼성전자 주장 등에 대해 심리할 예정이다. 대법원이 디자인특허 사건을 다루는 것은 1894년 이후 12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오는 12월에서 내년 1월께 나올 전망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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