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 태운 대형 관광버스 불법주차 '속수무책'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고객 여러분 현재 주차공간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인근에 위치한 임시 주차공간을 이용해주시면 감사품을 드립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앞 차로는 백화점으로 진입하려는 차량과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뒤섞이며 혼잡한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간신히 주차장에 진입한 차량들은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주차요원의 멘트에 망연자실한 채 오도 가도 못하고 도로 한가운데에 정차했다.
주차 요원은 "주말이라 방문객들이 몰려 지하 주차장 7층까지 내려가야 한다"며 "소요시간을 예측할 수 없으니 가장 가깝게 위치한 타워에 마련된 주차공간을 이용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요우커를 태운 대형 관광버스 차량들의 불법 정차로 인해 교통난이 가중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관련 피해는 고스란히 내국인들이 떠안고 있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승용차로 을지로입구부터 롯데백화점 본점 주차장까지 진입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최소 10여분 이상이었다. 주차공간을 찾는 데까지는 두 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도로 곳곳에는 교통정리를 위한 인력도 10여명 가량이 투입됐지만 혼잡한 도로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혼잡한 도로 상황이 빚어진 데는 대형 관광버스의 불법 주차가 한 몫 했다.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인근에는 요우커를 태운 대형 관광버스 차량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이들은 요우커를 백화점ㆍ면세점에 내려주고도 자리를 뜨지 않고 정차 상태를 10분 이상 유지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법대로라면 최소 5분에서 최대 10분까지만 정차할 수 있다"고 말하며 불법 주차 단속에 나섰지만 대형버스는 꿈쩍하지 않았다. 설령 10분만 정차한다고 해도 또 다른 대형 관광버스 행렬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혼잡한 도로 상황으로 인해 교통정리 인력과 진입차량 간, 운전자들 간의 다툼도 곳곳에서 일어났다. 이날 한 교통정리 관계자는 진입하는 한 차량에 "차선 똑바로 지켜라"라고 소리쳤고 이에 운전자도 목소리를 높이며 차량에서 나와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백화점에 들어서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두려운 표정으로 해당 상황을 지켜봤다.
교통 혼잡의 또 다른 원인은 택시와 시내 버스간의 충돌이었다. 쇼핑을 마친 요우커들이 본점 앞에 위치한 시내버스 정류소에서 택시를 잡는데 이 때문에 나가려는 버스와 들어오려는 택시는 한 데 뒤엉켰다. 특히 이 구간은 백화점 주차장 진입로이기도 해 혼잡도는 극에 달했다. 현장에 있던 롯데백화점 관계자에 택시 타는 곳이냐고 물으니 "택시 정류소는 아니지만 요우커들의 편의를 위해 백화점 측에서 택시를 잡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쇼핑을 나온 주부 안선희 씨는 "쇼핑을 하러 나온 건지 주차를 하러 나온 건지 모르겠다"며 "시내버스, 택시를 피하니 대형버스가 버티고 있어 쇼핑하기도 전에 녹초가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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