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의원, KDI 연구결과 인용해 "국세청 소득과 실제 소득 차이 때문…제도 보완해야"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저소득가구의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근로장려금을 받는 가구 가운데 중산층과 고소득 가구가 30%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경우 저소득층이 아닌 38만가구가 근로장려금을 받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8일 국정감사 자료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주장했다.
근로장려세제(EITC)는 저소득가구의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동시에 소득재분배 효과를 유도하고자 도입된 제도다. EITC가 도입되기 전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이 '사회보험제도-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2중 안전망이었다면, EITC가 도입된 이후에는 '사회보험제도-근로장려세제-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3중 안전망으로 강화된 셈이다.
EITC는 현재 배우자 또는 부양자녀가 있는 근로자 가구(자영업자 포함)를 대상으로 소득(맞벌이 2500만원, 홑벌이 2100만원 이하) 및 재산(1억4000만원 미만) 요건을 갖춘 가구에게 지급되고 있다. 단독가구의 경우에도 대상자가 만50세 이상이고 소득이 1300만원 이하이면 지급대상이 된다.
2008년 근로장려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이후 지급가구와 금액은 2배 이상 증가해 2014년에는 123만3000가구에 1조217억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추 의원이 KDI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도 근로장려금 실제 수급자들의 소득분포를 복지패널 조사응답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5분위 이하는 68.5%에 불과했다. 나머지 31.5%는 소득 6분위 이상인 중산층 및 고소득 가구였다.
또 지급 금액으로 보면 6분위 이상에 지급된 비중 역시 가구와 유사하게 29.7%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추정결과는 실제로도 근로장려금이 상당수의 중산층 및 고소득 가구에게 지급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KDI의 추정결과가 정확하게 현실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2014년도 실제 지급가구 123만3000가구와 지급금액 1조217억원에 대입할 경우 근로장려금을 지급받은 6분위 이상 중산층 및 고소득 가구는 38만8000가구에 달한다. 지급액은 3034억원 규모다.
KDI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주요한 원인이 국세청이 파악한 소득과 실제 소득이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근로장려금이 지급되는 방식은 고용주가 국세청에 근로자들의 소득증빙자료를 제출하고 국세청이 이를 바탕으로 수급대상자들에게 신청안내를 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고용주가 소득증빙자료를 실제보다 적게 제출하고 근로자가 이를 묵인한다면 국세청이 이를 밝혀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추 의원은 "EITC 운영상의 문제로 인해 저소득 가구가 아닌 중산층 이상 고소득 가구에게까지 근로장려금이 흘러가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재정유출로, 이는 대단히 큰 문제다"면서 "EITC의 중요성이 커지고 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산층 이상 고소득 가구로의 재정유출 문제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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