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육영수 여사 타계 뒤 청와대에 편지 보내 "어머니 목소리 듣고플 때 날 통해 들으세요"

시계아이콘02분 16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뉴스의눈]최태민과 딸 최순실에 관한 궁금증 리포트②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1. 최태민(1912-1994)


육영수 여사 타계 뒤 청와대에 편지 보내 "어머니 목소리 듣고플 때 날 통해 들으세요"
AD



사진 한 장이 있다. 1976년에 찍은 것이다. 코트를 걸친 채 소파에 앉은 박정희 전대통령이 손을 들어 검지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가리키고 있다. 그는 왼짝 2인용 소파 한쪽에 정중하게 앉아 이야기를 경청하는 한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그는 살짝 색이 들어간 안경을 끼고 있는 멋쟁이다.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소파에 앉은 사람은 박근혜 당시 대한구국선교단 명예총재이다. 박명예총재는 최태민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 당시 최태민은 이 단체의 총재였다. 박대통령이 밤에 선교단의 야간진료센터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최태민이 권력의 명실상부한 측근임을 느끼게 하는 사진이다.

최태민은 1912년생이며 황해도 봉산군 출신이다. 1994년 81세로 사망했다. 그는 해방전인 일제 치하에서 3년간 황해도경의 순사를 지냈다. 1945년 8월 해방이 된 뒤 그 다음달인 9월에 강원도경 소속 경찰이 된다. 이후 대전경찰서 경사, 인천경찰서 경위를 지냈고 1949년 이후 헌병대와 해병대의 비공식 문관을 지내다가 전쟁통에 군복을 벗는다. 전쟁 중인 1951년 비누공업협회 이사장과 대한행정신문사 부사장을 맡았다. 1954년 결혼을 했는데, 아내가 여자문제로 고소를 하자 부산 금화사로 도피해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었다. '퇴운'이란 법명을 썼다. 이후 양산의 개운중학교 교장에 취임했으나 실제 활동은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69년 서울 중림동 성당에서 영세를 받았고 70년대 들어선 불교, 기독교, 천도교를 합친 교리를 내세우며 특이한 종교행각을 벌였다. 그는 태자마마라는 호칭을 쓰기도 했다.


1974년 최태민은 박근혜 영애에게 편지를 보낸다. 육영수여사가 타계한 직후였다. 김형욱회고록에 그 편지 내용이 나와 있다. "어머니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나를 통하면 항상 들을 수 있다. 육여사가 꿈에 나타나 내 딸이 우매해 아무 것도 모르고 슬퍼만 한다면서 이런 뜻을 전해달라고 했다." 여기서 '이런 뜻'이라 함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은 딸 박근혜를 아시아의 지도자로 키우기 위해서라는 것이라고 한다. 이듬해인 1975년 3월6일 청와대에서 최태민을 부른다. 이후 최태민은 목사 안수를 받는다. 신학대학이나 교단이 인정하는 신학교에서 신학교육을 받은 적은 없는 사람이었다. 목사가 된 뒤 최태민은 대한구국선교단을 설립하고 스스로 총재가 된다. 최태민의 즉석제안으로 박근혜 영애는 명예총재로 추대되었다. 이후 이 단체는 구국봉사단, 새마음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꾼다.


이 단체의 권력형 비리 의혹과 최목사의 여성스캔들이 나돌자 박정희 전대통령이 1977년 9월 그를 심문한다. 아 자리에 김재규 부장이 동석했다. 이때 박근혜 영애는 그를 옹호했고, 이 친국(대통령의 심문) 이후에도 최씨는 새마음봉사단의 명예총재(총재는 박근혜)를 맡는 등 건재했다. 10.26 이후 합수부는 그를 강원도로 보냈고 활동을 중단시켰다. 1980년 11월 새마음봉사단은 강제해산됐다. 그런데 1983년 1월 육영재단에서 다시 두 사람의 활동이 재개된다. 영애는 이사장에 올랐고 최태민은 막후 실세였다. 최태민에게 우선 보고를 해야 이사장 결재를 받을 수 있었고 당시 최태민의 딸 최순실도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운영에 개입했다는 기사가 여성중앙(1987년 10월호)에 실렸다. 1990년 이사장직은 동생 근령에게 넘어갔는데, 이때 최태민과 최순실의 입김에 대해 박근혜 전이사장은 "내가 누구에게 조종받는다는 말은 인격모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부녀의 전횡을 부인하기도 했다.


1990년 이후 최태민은 거의 뉴스에 등장하지 않는다. 서울 역삼동 자택에서 칩거하다가 1994년 노환으로 세상을 뜬 것으로 보인다. 이사장은 넘겨받을 무렵인 1990년 근령(다른 동생인 박서영과 박지만이라는 주장도 있다)은 당시 대통령인 노태우에게 "진정코 저희 언니(박근혜)는 최태민씨에게 철저히 속은 죄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속고 있는 언니가 너무도 불쌍합니다"라고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태민과 관련한 논란이 나올 때마다 언니(박근혜)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힘들었을 때 흔들리지 않고 바로설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분입니다. 의혹은 많이 제기되었지만 실체가 없었습니다. 한 가지라도 사실이었다면 내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최태민이 사망하는 1994년 박근혜는 정수장학회를 인수해 운영하기 시작한다. 1997년 12월 대선후보였던 이회창을 지지하며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에 입당한다. 이듬해 4월엔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해 정치적 입지를 다진다. 이 무렵 최태민의 사위인 정윤회의 얼굴이 정치인 박근혜의 뒷편에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까지도 최태민 가문과의 인연이 끈끈하게 계속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근혜는 청문회(2007년 후보 검증)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대구 달성구에 국회의원으로 처음 나왔을 때입니다. 개인적으로 캠프를 차려 선거를 치르려니 전혀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습니다. 상대 후보가 안기부 기조실장으로 기세가 등등했고 위협적인 상대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윤회씨가 돕겠다 해서 순수하게 도운 것입니다. 그게 인연이 돼 국회의원 됐을 때 입법보조원으로....이후 당대표 때 그만뒀습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