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실마리 제시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국내 연구팀이 식욕 조절 단백질의 새로운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만은 물론 거식·포식증의 예방과 치료에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스트(DGIST, 총장 신성철) 뇌·인지과학전공 김은경 교수(뇌대사체학연구센터장) 연구팀이 뇌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AMPK(AMP-activated protein kinase)'의 새로운 작용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뇌에서 식욕을 관장하는 시상하부의 AMPK가 세포 내 물질을 분해하는 자가포식(Autophagy) 작용을 통해 식욕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비만 예방, 치료를 위한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식욕 조절은 비만, 당뇨와 같은 대사성질환은 물론 거식증, 포식증과 같은 섭식장애의 예방, 치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식욕은 뇌 시상하부에서 식욕을 촉진 또는 억제하는 신경펩티드를 분비하는 특정한 신경세포들에 의해 조절된다. 이들 신경세포들의 활성을 통해 신경펩티드를 조절하는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식욕 조절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연구팀은 영양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가포식이 유도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AMPK가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세포 내에서 자가포식을 유도해 신경펩티드의 분비와 식욕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영양이 부족한 상태에서 식욕을 촉진하는 신경펩티드(NPY)와 식욕을 억제하는 신경펩티드(POMC)를 만드는 시상하부의 신경세포에서 AMPK가 활성화돼 자가포식이 유도됨을 확인했다. 신경펩티드 NPY의 양이 증가하고 POMC의 양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인위적으로 뇌 시상하부의 AMPK를 줄인 후 고지방을 섭취한 비만쥐에서 자가포식이 감소함과 함께 식욕 감소,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비만쥐는 영양 부족 상태를 유도했을 때 느끼는 허기짐이 AMPK가 정상인 비만쥐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관찰됐다.
김은경 교수는 "AMPK의 자가포식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비만, 당뇨와 같은 대사성질환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연구방향을 제시한 것이 이번 연구의 의의"라며 "식욕 조절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후속 연구를 통해 인체 내 에너지 균형을 바로 잡는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자가포식 분야 국제 학술지인 오토파지(Autophagy) 8월17일자 온라인판(논문명:Hypothalamic AMPK-induced autophagy increases food intake by regulating NPY and POMC expression)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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