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정부가 이동통신 3사간 집계기준이 달라 투자자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알푸(ARPU : Average Revenue per User) 조율에 나섰다.
알푸란 가입자당 평균 매출, 즉 서비스 가입자가 일정 기간 동안 쓰는 요금이나 금액을 의미한다. 알푸는 가입자들이 한 달에 납부하는 평균 금액과 유사하고 직관적으로 비교 가능해 그간 대표적인 통신사의 실적 지표로 활용돼 왔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미래부는 통신 3사 대관협력(CR) 임원 및 기업설명(IR) 담당자들과 정부과천청사에서 통신3사 알푸 조정을 위한 첫 회의를 열었다.
미래부는 이 자리에서 통신사들에 알푸 집계 방식에 일정부분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통신사별로 알푸 집계 기준이 달라 투자자 및 소비자들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래부 고위관계자는 "통신 3사 간의 알푸 회계기준이 달라 혼선이 있다"면서 "특히 최근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등 새로운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알푸 집계에 새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푸는 쉽게 말해 통신사의 무선서비스 매출 전체의 합을 가입자 총 수로 나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무선 서비스 매출의 서비스 부분에 어떤 항목을 넣고 뺄지가 이통사 마음대로라는 점이다.
즉 무선서비스 매출을 계산할 때 적용하는 회계기준이 달라 정확한 비교가 불가능했다. 알푸가 의무공시 사항이 아니라 참고자료 형태로 제공되는 부분이라 그간 정부나 규제기관이 강제할 수 없어 벌어진 일이다.
반대로 외국 통신사들은 알푸를 발표하면서 적용한 회계기준도 함께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알푸 왕좌'가 뒤집어 지면서 특히 이런 알푸 논쟁에 불이 붙었다.
KT가 올해 2분기 사상 처음으로 SK텔레콤을 누르고 알푸 1위 자리에 올랐다. KT의 2분기 알푸는 3만6527원으로 SK텔레콤(3만6205원)이나 LG유플러스(3만6027원)보다 앞선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경쟁사들은 의구심을 나타냈다. KT는 경쟁사들과 달리 단말기 분실·파손 보험료를 매출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KT가 멤버십과 연계한 데이터 쿠폰을 매출로 계상하면서 알푸를 왜곡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의 알푸 역시 SK플래닛 일부 매출이 포함돼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는 문제가 대두됐다. SK플래닛의 이동전화 매출 카테고리에 들어 있는 위치정보료, 앱수수료 등이 SK텔레콤의 알푸에 포함된다.
LG유플러스도 수년전 구글 수수료를 비용이 아닌 매출로 잡았다가 중단된 뒤 알푸가 급감하는 등 알푸 집계가 투명하지 않다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투자업계를 중심으로 통신사별로 알푸 산정기준이 다르더라도 ▲알푸 계산에 사용된 회계기준을 공개하고 ▲무선 가입자도 사물인터넷 가입자, 웨어러블 가입자, 이동통신 가입자 숫자를 나눠서 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증권업계의 양방향 압박에 알푸 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통신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알푸가 의무 공시 사항이 아닌데다가 사업자별로 영업방식이 달라 일률적으로 조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정부에서 어떤 가이드가 나오다 보면 그것이 공식화 될 수 있고 일부 사업자에게 불리한 기준이 만들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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