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악재' 해결이 관건
"자구안 차질없이 진행 중"…부동산 매각은 지지부진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대우조선해양은 유동성 위기의 주범인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로부터 미수금 일부를 확보해 한숨을 덜었다. 받아야 할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중 우선 8억 달러를 현금으로 받기로 한 것이다. 나머지 2억 달러는 드릴십(이동식 원유시추선) 운영회사의 지분으로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초 6~7월 소난골에 드릴십 2척을 각각 인도해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난골의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인도가 지연됐고, 선수금을 제외한 1조원 이상의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 자금난에 시달렸다. 9월 4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상환을 앞두고 있는데다 올 상반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처하면서 자본확충이 어느 때보다 급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소난골 문제가 일부 해결되면서 유동성 위기에서도 잠시 비껴갈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이달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단기 자금지원(브릿지론)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급한 불은 끄게 됐다.
하지만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선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이에 산은 등 채권단은 최대 1조6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에 나서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회계말 기준으로도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될 경우 상장폐지된다. 이 경우 채권단이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위해 들인 수조원의 자금이 공중분해될 수 있다. 채권단은 지난해 10월 최대 증자규모를 2조원으로 잡았던 것을 고려하면 최대 1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가 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 지원 외에 자구안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경남 거제에 보유중인 아파트 부지를 비롯해 자산 매각을 통해 올해 말까지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인력과 조직에 대한 쇄신도 조기에 단행한다. 내년 1월 중으로 근속연수 15년 이상 생산직 포함 1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간접지원 직종에 대한 분사·외주화도 내년 2분기까지 끝내기로 했다.
다만 기존 자구안 중에서는 본사 등 부동산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코람코자산신탁을 선정했지만, 검찰수사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코람코자산신탁이 투자자들을 모집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50억원 규모의 당산동 사옥 매각과 2008억원 규모의 마곡 연구·개발(R&D)센터 부지 매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과 채권단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자구노력과 추가 자구안의 조기화를 통해 손익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앞당길 계획"이라며 "임직원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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