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와 청년수당 갈등 이어 또다른 국면…"미군잔류 등으로 가치 훼손" 강조
국가적 가치·온전한 형태·국민적 관심과 참여 등 3대 원칙 제시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용산공원은 최초의 국가공원임에도 정부부처가 부지를 선점하고 미군이 잔류하면서 '반쪽짜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부가 주도하는 용산공원 조성방안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박 시장은 31일 서울시청에서 '용산공원에 대한 입장 및 정책 제안'이란 제목으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 같이 말했다. 청년수당을 두고 보건복지부와 정면 충돌한 데이어 국토교통부의 계획에 대해 다시 각을 세운 것이다. 정부와 충돌하는 지점이 넓어지면서 대권 행보를 가속화하는 일환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는 국토부가 주도하는 용산공원 조성방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최초의 국가공원임에도 명확치 않은 공원 성격, 정부부처 선점ㆍ미군 잔류, 성급한 공원조성 계획, 국토부의 일방적 추진 등 총 4가지다. 무엇보다 정부선점부지(93만㎡)와 미군잔류부지(22만㎡)를 제외하면 용산공원 조성 면적은 당초 면적인 358만㎡의 68%(243만㎡)에 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용산공원은 국민적 과정을 통해 국가적 가치를 반영한 미래서울의 심장 형태로 358만㎡가 온전히 회복돼야 한다"며 "서울시가 지금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천년에 한 번 올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부는 지난 4월 정부 부처 7곳의 주관으로 국립경찰박물관(경찰청), 스포테인먼트센터(문화체육관광부) 등 박물관과 문화시설 8개를 들이겠다는 용산공원 콘텐츠 기획안을 내놨다가 여론의 반대의 부딪혀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또 2019년 미군기지 이전 이후에도 헬기장, 드래곤힐 호텔, 출입방호부지 등은 잔류가 결정된 바 있다.
이에 시는 국가공원 다운 용산공원 조성을 위해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과 추진일정 전면 수정을 요청했다. 우선 특별법에서는 미군 잔류부지의 근거가 되는 조항과 용산공원 조성 계획의 수립 주체를 국토부 단일 주도로 언급한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진일정을 두고선 단기적으로 명확한 현장조사와 역사ㆍ문화적 가치에 대한 조사, 공원조성계획 변경을, 장기적으로는 반환부지 이전완료, 시민운영관리, 미래세대의 참여 등 단계적 논의사항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시는 용산공원 조성에 대해 '국가적 가치' 반영, '온전한 형태의 회복', '국민적 관심과 참여' 등 3대 원칙과 함께 6가지 제안사항을 제시한 바 있다. 제안사항은 공동조사 실사, 국가공원 성격의 명확화, 공원 경계의 회복, 반환 및 이전시기 공표, 범정부적 기구 마련, 시민참여 확대 등이다.
박 시장은 시 차원에서 용산공원 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반을 마련하는 등 책임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초연구 수행 및 아카이브 구축,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기반 마련, 시민활동 지원 및 정보공유를 위한 디자인랩 지원 등이다.
박 시장은 "현 세대에 한정된 근시안적인 개발계획으로 외세가 잔존해 민족공원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시민 주도의 열린 조성으로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함께 고민하는 국민적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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