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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실업자를 볼모로 잡은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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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실업자를 볼모로 잡은 정치권 조영주 세종취재본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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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25일로 한 달을 채운다. 지난달 26일 11조원 규모로 편성된 추경안이 국회로 넘어갔을 때만 해도 20여일 정도면 본회의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번 추경 편성의 목적이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 우려에 따른 것인 만큼 여야 할 것 없이 적극적이었다. 시급한 실업대책을 두고 정쟁을 벌이지도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끝내 일자리에서 쫓겨난 실업자와 그 가족을 볼모로 삼았다.


야당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 등 8가지 추경 선결조건을 내걸면서 열흘 이상을 까먹었다. 논란 끝에 여야 3당이 지난 8일 '추경안 22일 본회의 통과'에 합의하면서 추경안 심의에 들어가는 듯 했지만, 조선·해운업 부실화 책임 규명을 위한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는 다시 격돌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공중에서 사라졌다. 9월1일부터 추경을 집행하겠다던 정부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조선업계에서만 올해 5만명이 실직할 것으로 추정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20만명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셈이다. 조선업종 밀집지역인 거제, 창원, 울산 등의 경기는 사상 최악이다. 지역경제는 이미 지난해부터 가라앉았다. 문을 닫은 가게도 즐비하다. 과거 작업복 입은 손님들로 북적이던 식당과 술집에는 에어컨조차 켜지 못한 채 손님을 기다리는 업주들의 한숨뿐이다.


이번 추경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 '지역경제 활성화'다. 정부의 추경안에는 일자리 창출과 민생지원에 1조9000억원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2조3000억원이 배정돼 있다. 조선업 종사자 고용안정 지원 대상자 4만9000명, 청년 맞춤형 일자리 대상자 3만6000명, 취약계층 맞춤형 일자리 추가 대상자 4만4000명 등 13만명이 일자리와 관련한 직접 지원을 받는다. 관공선, 해경함정 등 61척의 선박을 신규로 발주함에 따라 중소형 조선사들의 일감도 생긴다. 조선업 밀집지역 관광산업 육성 자금과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자금을 기다리는 국민도 적지 않다.

추경 투입을 통한 경기 방어를 위해서도 더 이상 정쟁에 시간을 빼앗겨서는 안된다. 여야가 당장 본회의를 잡아 추경을 처리한다고 해도 추석 전에 현장에서 집행되기는 쉽지 않다. 중앙정부 예산이 지방자치단체로 내려가 집행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린다. '추경은 타이밍'이라는 정부의 말도 설득력이 있다. 9월에 풀어야 할 돈을 10월이나 11월에 풀면 추경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추경이 풀리는 연말의 경기흐름은 중요하다. 2013년 말 세수부족으로 예산이 투입되지 않음에 따라 그 여파는 이듬해인 2014년 1분기까지 이어졌다. 당시 '초이노믹스'로 일컫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에도 경제성장률은 3.3%에 머물렀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은 올해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3.0%)에 비해 크게 낮은 2.2%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종소비지출은 상반기 2.7%에서 하반기 1.1%로 하락할 것으로 봤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성장률을 0.1~0.2%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금 같은 여야 갈등이 지속되면 추경이 물건너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추경이 실패하면 올해는 물론 내년 경제까지 더욱 어려워진다. 추경이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는 없지만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중인 현 상황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부실경영과 구조조정 실패의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하지만 거기에만 매몰되면 애꿎은 서민들이 힘들어진다.


정치권은 지리멸렬하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당을 이끌 강력한 지도자가 없다. 여당 지도자는 무책임하고, 야당 지도자는 무능하다. 당 지도부가 만나 머리를 맞대고 합의안을 도출해도, 의총에서 의원들이 이를 뒤집는 경우가 많다. 지도부의 리더십이 발휘될 수 없고, 협업 역시 불가능하다. 정치의 존재 이유도 없다. 2016년 8월, 지금 시점에서 민생과 경제 앞에 정치가 지향할 더 높은 가치는 없다. 정치는 경제를 위해 존재한다.




조영주 세종취재본부팀장 yj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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