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변양호의 제언①]경제회생 핵심 키워드는 박지성이다

시계아이콘02분 23초 소요

[변양호의 제언①]경제회생 핵심 키워드는 박지성이다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
AD

최근 필자는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에 참여했다. 회사는 어려웠다. 운임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해운회사는 배로 화물을 실어다 주고 화주로부터 운임을 받아 살아간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건조한 배도 있고 빌린 배도 있다. 건조 자금을 빌려준 은행에게는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고 빌린 배에 대해서는 용선료를 지급해야 한다. 근데 운임이 떨어지자 원리금 상환이나 용선료 지급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했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운임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운임은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현대상선은 매일 유동성 부족을 걱정해야 했다. 자연히 은행에 요구사항이 많아졌다. 이번 달에 갚아야 할 돈을 다음에 갚게 해 달라는 식의 요구사항이었다. 은행은 이런 요구를 받아 줄 것인지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있다. 그 요구를 들어주면 회사가 살아날 것인가. 회사가 살아날 수 없는데 그런 요구를 들어줄 은행은 없다. 그때그때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한 단편적이고 개별적인 요구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의미가 없다. 그걸 해줘봐야 회사가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살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 가면 앞으로 수년 동안 부족한 자금이 얼마인지 계산해보고 그 부족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살아날 수 있는 종합적인 구조조정 처방을 만드는 것이 먼저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모든 이해관계자의 협조를 구하는 방안으로 마련했다. 은행, 회사채 보유자, 용선주, 대주주에게 요청할 내용을 정하고 현대증권 등 보유자산을 매각해서 얻은 자금들을 모두 보탰다. 그리고 주채권은행에게 이렇게 하면 회사가 살 수 있으니 회사를 죽이지 말고 회생의 기회를 달라고 했다.


지금 우리 경제도 매우 어렵다. 여러 가지 단편적이고 개별적인 제안이 나온다. 현대상선의 경우와 같이 은행이 했던 질문을 해본다. 그런 단편적인 제안을 채택하면 우리 경제가 살아날까. 답은 아니다. 살아날 수 없다. 단편적인 제안은 의미가 없다. 그걸 했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법인세율을 인상하고 일부 복지 지출항목을 늘린다고 해서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추경을 했다고 우리 경제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오히려 가라앉는 배에서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배는 더 빨리 가라앉을 수도 있다. 필요한 것은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종합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먼저 수립하는 것이다. 법인세율 인상이나 추경 편성은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종합적인 구조조정 방안의 한 부분이라고 할 때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종합적인 구조조정 방안은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계속 논의하겠지만 그 핵심 키워드는 박지성 선수다. 우리 축구대표팀이 선전하기를 바란다면 박지성 선수와 같이 잘하는 선수를 대표로 뽑아야 한다. 히딩크와 같이 능력 있는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겨야 한다. 우리 경제도 똑 같다. 박지성과 히딩크와 같이 능력 있는 사람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경제 시스템을 바꿔주면 우리 경제는 살아날 것이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성공했다. 이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마크 워커라는 변호사를 투입했기 때문이다. 안현수 선수와 같이 잘 하는 선수를 다른 나라에 빼앗기는 나라는 번영하기 어렵다. 힘 있는 사람 중심에서 능력 있는 사람 중심으로 시스템을 바꿔주면 우리는 다시 도약할 수 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주면 된다.


AD

어떻게 능력 있는 사람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 우리가 고민해야 할 숙제이다. 앞으로 더 논의하겠지만 그 답의 핵심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이 경영권이라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회사를 살리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회생의 발판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다. 기득권층이 그 권한을 포기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때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재도약은 없다.


우리 경제 회생을 위해 '박지성 선수론'을 편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은 경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행정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해 공직사회에 입문했다. 그는 특히 2001년부터 3년 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맡아 국내 부실 금융사들의 매각을 주도해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매각했다는 혐의로 사법처리를 당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4년 법정공방 끝에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관료가 소신껏 일하면 언젠가 탈이 난다는 '변양호 신드롬'이란 말이 생겼다. 2005년 보고펀드를 설립해 국내 대표 사모펀드(PEF)로 만든 그는 지난 2월 말 현대상선이 용선료 조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외환위기 당시 우리 정부가 선임해 외채협상에 참여한 마크 워커 미국 변호사와 함께 핵심 역할을 했다.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