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임시주총, 이사회 통해 유증 계획 확정
조선소 운영비용만 한달에 1조원 안팎…수주 보릿고개 넘길 비용 마련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최악의 수주절벽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릿고개 5년'을 버티자!"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을 마련하는 데는 이같은 절박한 배경이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 간 수주가 전무한 삼성중공업은 유증 자금을 회사 운영ㆍ구조조정에 투입한다. 삼성중공업은 2분기에 2387억원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도 1조 5019억원 영업손실을 냈었다.
19일 삼성중공업은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확정한다. 주총에서는 발행 가능한 주식 수를 현재 3억주에서 5억주로 늘리고, 이사회에서는 유상증자의 시기ㆍ규모ㆍ방식을 결정한다. 이번 유상증자는 지난 6월 발표했던 자구안에 이은 유동성 확보 조치다. 당시 유상증자를 비상시 대책으로 제시했으며 같은 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발행주식총수 증액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해 증자 준비에 들어갔었다.
삼성중공업은 앞으로 5년간 최소 8000억~최대 1조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받았다. 산업은행이 삼정KPMG에 의뢰해 진행한 경영진단 결과에 따르면 유형자산 매각(5000억원)과 인건비ㆍ복지 축소(1조5000억원)를 통해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지만 수주계획과 드릴쉽 인도계획에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실탄'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55억달러를 수주목표를 잡고 있다. 올해와 내년 53억 달러, 2018년 59억달러 수준이다. 원래 한해 평균 100억달러 내외였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이다. 반면 남은 일감을 뜻하는 수주 잔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삼성중공업의 수주 잔량은 289억달러(조선 95억달러ㆍ해양 194억달러)로 1년전 366억달러(조선 120억달러ㆍ해양 246억달러)에 비해 21%포인트 하락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거제조선소에만 한 달에 1조원 내외의 운영자금이 투입된다"며 "앞으로 몇년 간 이어질 춘궁기를 보내려면 유상증자로 직원들 임금, 협력사 대금과 같은 각종 비용을 조달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상증자 방식으로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가 유력하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대거 참여하게 된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대표도 최근 유상증자에 관해 "지분을 가진 계열사에도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대 주주인 삼성전자(17.61%)를 비롯해 삼성생명(3.38%), 삼성전기(2.39%), 삼성SDI(0.42%), 제일기획(0.13%), 삼성물산(0.13%) 등 그룹 계열사가 소유한 삼성중공업 지분은 24.08%다. 한때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참여했던 것처럼, 그가 직접 실권주를 인수하며 지원에 나설 것이란 추측도 있었지만 계열사들이 나서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삼성중공업은 여전히 '정상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데다 자본잠식 상태였던 삼성엔지니어링과는 경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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