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대지수 일제히 신고점
고밸류에이션 등 증시 펀더멘털은 글쎄
채권 저수익에 따른 반사이익
저금리 길어지며 당분간 계속…위험 상황도 대비해야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초저금리·마이너스 금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채권 투자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3대 지수가 1999년 이후 모두 신고점을 경신하는 기록을 냈다. 영국 증시도 16개월만에 최고점을 기록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지난 6월 23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 이후에만 15%가 뛰었다. 신흥국도 마찬가지다. 주요 신흥국 대표지수들을 모아놓은 MSCI 신흥국 지수는 이날 907.60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브렉시트 충격 완화에 대한 안도감, 유가반등과 같은 요인이 있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낮은 성장률·기업 실적 부진·고밸류에이션 등을 고려하면 최근의 증시 강세가 펀더멘털 호조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중앙은행들의 잇단 완화로 전세계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서 투자수익률이 쪼그라드는 것이 증시의 상대적인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씨티그룹의 안토닌 줄리에르 주식 전략가는 "채권 난민(채권에서 빠져 나와 다른 투자처를 찾는 자금)들이 주식에 흥미를 보이고 있다"면서 "급격한 인플레 상승이나 성장률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낮고 더 높은 배당을 보장하는 주식시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시가 고점 근처에 왔다는 느낌은 있지만 당분간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1965년 이후 6%를 넘나들었던 미 10년물 국채 평균 금리가 최근 1.5%까지 떨어졌다면서 이는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의 평균 배당수익률(2.1%)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그나마 선진국 중 가장 좋고 최근 다소 부진하지만 유로, 파운드 등 주요 통화 대비 견실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달러화가 미 증시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증시 훈풍이 오래가지 않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장조사업체 모펫네이선슨의 크레이그 모펫 애널리스트는 "주가 밸류에이션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 "하루 아침에 증시가 주저앉는 시나리오는 당장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분명히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줄리에르 주식 전략가는 저성장 환경 속에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지속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기업별로 옥석가리가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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