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원규 기자]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가 무너지면서 수출주가 타격을 입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내증시의 대표 수출주들이 포함된 전기전자업종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53% 떨어진 1만1289.08에 마감했다.
전기전자업종 종목별로는 국내 주요 수출주인 SK하이닉스(-3.57%), LG디스플레이(-3.51%), 삼성전자(-1.66%) 순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현대차(-1.83%), 기아차(-1.20%) 주가도 내리는 등 전기전자업종과 함께 대표 수출주인 자동차주 역시 타격을 받았다.
정보기술(IT) 및 자동차 등 수출주들이 하락한 데는 환율 탓이 크다. 지난 10일 서울 외환거래소에서 원·달러 환율은 1095.4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10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6월22일(1098.8원) 이후 13개월만이다. 최저치 기준으로는 지난해 5월22일(1090.1원)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내린다는 것은 원화가 강세로 전환해 달러 대비 가치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처럼 원화가 강세를 보인 데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신흥국과 국내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입은 원화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원화 수요가 늘어나면 달러 가치는 내려가고, 원화 가치는 강세를 보인다. 실제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3일 하루(-784억원)를 제외하고 최근 한달간 순매수를 지속하며 4조9117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지난 9일(현지시간)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이는 S&P가 우리나라에 부여한 신용등급 중 역대 최고등급이다. 일반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이 오르면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도 함께 상승한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주요 대형 제조업체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100원 떨어질 경우 분기 영업이익이 수천억원 날아갈 정도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에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3000억원의 환차손을 입었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이 연이어 하락해 1100원선이 무너지자 대형 수출주의 실적 우려감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출주에 대해 낙관론을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먼저 국내 대기업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의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가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회복세를 보여줬다"며 "이는 국내 수출 기업에 분명 뚜렷한 호재 요인"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은 지난 상반기 국내 전체 수출 비중의 24.1%, 14.2%를 차지했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잠시 진정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미국과 한국의 상반된 통화정책 및 펀더멘털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원·달러 환율이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원규 기자 wkk091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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