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8%서 6년 만에 급락세
7월 판매량도 전월대비 34%↓
국내 시장 위축도 큰 영향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자동차 브랜드의 지난달 점유율이 50%대로 하락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경기부진 영향으로 하반기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독일차 브랜드인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량의 판매정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간 점유율이 6년 만에 5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9일 한국수입차협회 등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 수입독일차의 연간 점유율은 2010년 57.1%를 기록했지만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60%대를 유지해왔다. 2011년 63.7%, 2012년 63.9%, 2013년 67.5%, 2014년 69.4%, 2015년 68.5%를 기록했다. 판매대수도 같은기간 5만1701대, 6만6917대, 8만3578대, 10만5580대, 13만6321대, 16만7043대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불거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파문의 여파가 판매 감소로 돌아섰다. 올 1~7월까지 독일차 판매량은 8만3954대로 전년 같은기간 9만6304대보다 12.8% 감소했다. 점유율도 68.5%에서 63.4%로 떨어졌다. 7월 한달로만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9059대가 팔려 전월 1만3861대 대비 34.6% 급감했다. 점유율은 66.9%에서 57.6%로 추락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은 벤츠만 제외하고 BMW, 폭스바겐, 아우디 모두 감소했다. 특히 폭스바겐의 판매 감소폭이 가장 컸다. 1만2888대를 판매해 전년 같은기간 2만1633대 대비 40.4% 감소했다. 7월 판매는 425대로 전월과 전년 동월대비 각각 76.8%, 85.8% 급감했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2013년 이후 3년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판매 총계는 182만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0.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6월 말 개소세 인하 혜택 종료로 소비 증대 효과가 사라졌고 경기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우디폭스바겐의 한국법인은 지난 2일 환경부로부터 자동차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배출가스ㆍ소음 성적서를 위조해 불법인증을 받은 혐의로 차량 8만3000대(32개 차종, 80개 모델)에 대해 인증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인증취소 차량에 대한 신규 판매가 금지됐다. 지난해 11월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에 따른 인증취소 12만6000대 등을 합하면 총 20만9000대가 인증취소 차량으로 분류된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2007년부터 국내에서 판매한 전체 차량의 68%에 해당한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재인증 절차를 밟거나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 등으로 판매를 재개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나 소비자 신뢰회복 등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사실상 하반기 판매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가 이어지면서 독일차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50%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디젤차 판매량도 감소 추세다. 수입 디젤차는 지난달 8286대가 팔려 전년동월 1만4325대와 비교해 42.2%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파문이 확산되고 판매정지 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그동안 수입차 시장의 지속 성장을 견인해왔던 독일차 브랜드의 점유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벤츠와 BMW가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지만 폭스바겐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점유율 50% 붕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