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거대한 덩치로 인해 '점보기(JUMBO機)'로 불리며 여객기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던 747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70년 첫 선을 보인 점보기는 좌석의 대량 공급 및 장거리 운항의 강점을 갖고 세계 항공운송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점보기보다 좌석 및 에너지 효율이 높은 항공기들을 만들어 냈고 점보기의 제작 주문은 점차 줄어들어, 결국 종점을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잉사가 지난 27일 747항공기의 생산을 멈출 것이라고 공시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1970년 지금은 사라진 팬암 아메리칸 월드 에어웨이가 첫 점보기를 인도 받은 이래 50여년 만이다.
1960년대를 주름잡았던 707기를 대체할 초대형 항공기로 제작된 747기는 50여년간 보잉사가 세계 민항기 제작시장을 접수하는데 있어 큰 공헌을 하게 된다. 보잉사는 이 기간 세계 각지에 1500여대의 점보기를 인도했다.
또한 점보기의 공급은 세계 각 국에 항공운송산업을 주류 산업군으로 성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점보기가 세계 각 국에 공급되면서 정기적인 좌석의 대량 공급을 통해 항공여행의 비용이 크게 떨어졌다. 이는 전세계적인 항공 여행 수요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점보기를 통한 장거리 노선의 운용은 세계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이 지난 1973년 보잉747-200 기를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점보기의 역사를 시작했다. 8만7000시간, 1만9000 차례를 운항한 대한항공의 첫 점보기는 승객 600만명과 화물 90만톤을 실어 나른 후 지난 1998년 퇴역했다.
하지만 점보기는 거대한 덩치로 인해 보잉사의 퇴출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거대한 덩치로 인해 4개의 엔진을 사용하는 점보기의 에너지 효율이 다른 항공기 대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좌석 가격이 크게 낮아진 것도 점보기 운용의 악재로 작용했다. WSJ는 1970년대 연간 90여대를 공급하던 점보기는, 현재 연간 6대 정도를 생산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지고 있는 화물 시장의 침체에 따라 747화물기도 수요가 크게 줄었다.
보잉사의 점보기의 생산 중단 결정은 현재 최신 기종인 747-8i 이후 더이상의 점보기 개발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보잉의 라이벌인 에어버스도 초대형 항공기인 A380 생산을 2018년부터 축소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 747-8i 1호기를 인수한 이래 꾸준히 도입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총 10대를 운영할 계획이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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