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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보증 거부 일파만파]'新분양가 통제시대'…업계 부글부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4초

개포3단지 분양보증 거절…"인근보다 10% 이상 비싸면 안돼"
업계 "당초 취지 어긋난 이중 통제"…'분양가상한제' 부활 반발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일반분양에 대한 분양보증을 거부하자 "분양보증이 분양가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의 부도 등의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정상적으로 입주하게 하거나 납부대금을 돌려받도록 보장하는 제도의 목적과 달리 '분양가상한제'의 변형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업계는 당황해하거나 반발하고 있다. 민간의 영역에 법적 근거 없이 가격통제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주택 분양사업에서 분양보증의 위상은 최근 들어 크게 달라졌다. 올해 초부터는 분양 시기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지난해 76만5328가구에 이르는 주택이 공급되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미입주 사태 등의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공급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HUG는 2월15일부터 23개 미분양 급증지역을 추려 분양보증 심사를 1·2차로 나눠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분양보증이 공급물량 통제제도로 변화되는 순간이다.


주택건설업계는 반발했다. 제도의 취지를 벗어나 운용하는 것은 합목적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사실상의 규제를 신설한 결과라는 점에서다. 이에 HUG는 2단계 심사 대상을 1000가구 이상 대단지에 한해서만 실시하기로 했으며 4건에 대해 2차 심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 에이치 아너힐즈' 일반분양 물량부터는 분양보증이 분양가 통제책으로 등극했다. 특히 HUG가 25일 분양보증 승인과 관련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내놨는데 이를 두고는 업계의 반발이 더욱 크다. 앞으로 인근 지역 신규 분양 아파트보다 10% 이상 높게 분양가를 책정할 경우 분양보증서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HUG가 분양보증을 거부한 디 에이치 아너힐즈는 3.3㎡ 당 4310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했다. HUG 관계자는 "분양보증이 주거안정을 위한 공적보증으로서 역할을 하는 만큼 향후 적정 분양가를 상회한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의 경우 보증 위험 관리를 위해 보증승인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보증은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을 분양할 때 받아야 하는 필수요건이다. 현재 HUG가 독점적으로 운용하는 보증상품이어서 주택건설업체들은 선분양을 할 경우 이곳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보증 심사를 통해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분양보증 제도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업계는 성토하고 있다.


인근 지역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10%라는 가격기준조차 적절한지 여부를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단순히 분양가를 기준으로 분양보증을 제한하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수단이 없는 정부가 시장에 고분양가 통제 시그널을 주려다 나온 고육책인 것 같다"면서도 "독점사업인 분양보증을 통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것이 합당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말 민간택지에 들어서는 주택에 대해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됐는데 실질적으로 가격통제를 하고 나섰다는 점 역시 업계의 볼멘소리 중 하나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주택사업의 분양가는 통상 지방자치단체의 분양승인(입주자모집공고 승인)을 통해 걸러진다.


그런데 이에 앞서 분양보증을 받는 과정에서도 분양가가 조절되며 사업주체는 다중적으로 분양가 통제를 받게 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다 품질이 높고 다양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했는데, 이렇게 되면 사실상 분양가상한제가 부활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번 분양보증 승인 거절로 무엇보다 해당 조합은 분양시기가 기약 없이 미뤄짐으로써 재산상의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일반분양으로 얻은 수익으로 조합원의 부담을 낮추는 구조인데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면 사업 추진 여력이 떨어지게 된다"면서 "여러 사업장이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업계는 분양보증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분양보증 업무를 보험회사도 취급할 수 있도록 해 HUG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자는 것이다. 주택공급규칙에는 보험회사 중 국토부장관이 지정하는 경우도 분양보증을 취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분양보증시장이 개발되면 분양가 인하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현재의 HUG 독점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국주택협회는 지난해 HUG가 표준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대해 보증 심사 강화를 이유로 발급을 지연, 건설사의 민원이 커지자 공정위에 보증기관 다변화 건의서를 제출한 데 이어 이 문제를 공정위 규제개선 과제에 채택해 줄 것을 공정위에 요청했다.


그러나 보증시장을 개방할 경우 업계로서는 단점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보증시장이 개방되면 부실이 커져 기관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면서 "중견·중소 업체들의 보증수수료가 인상돼 분양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 개방으로 HUG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취약계층을 위한 상품 개발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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