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강남 '쉑쉑버거' 오픈, 33℃땡볕에 1km 줄 섰던 분?

시계아이콘02분 35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22일 문연 '뉴욕명물' 한국매장 달려간 현장, 1500명 꺅!… 기사 마감에 줄 중간서 포기ㅜㅜ

강남 '쉑쉑버거' 오픈, 33℃땡볕에 1km 줄 섰던 분? 22일 쉐이크쉑버거 매장 앞
AD


전라남도 여수에 가면 '군평선이'라는 생선이 있다. 금풍생이라고도 부르는데 작고 뼈가 억세지만 구워 먹으면 맛이 좋아 여수의 명물로 대접 받는다. 이 생선은 별명이 많은데 샛서방고기, '쌕쌕이' 등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샛서방고기는 워낙 맛있어 남편이 아닌 샛서방에게만 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쌕쌕이'는 아마 도 뼈와 비늘이 세기 때문에 부르는 이름이지 싶지만, 샛서방고기라는 야릇한 별호를 떠올리면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22일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쉐이크쉑버거는 발음 때문에 일명 '쉑쉑버거'라고 불린다. 뉴욕의 명물이라는 이 햄버거의 이름을 듣고 불현듯 여수의 명물 군평선이 생각이 났다. 억지로 꿰맞추자면 햄버거는 샛서방처럼 자극적인 일탈의 느낌을 더할수록 맛있다. 패티는 두꺼워야 제맛이고 베이컨이나 치즈를 듬뿍 추가하면 맛은 더욱 풍성해진다. 여기에 노릇하게 튀긴 감자에 느끼한 맛 잡아줄 시원한 콜라까지 곁들이면 나 오늘 이래도 될까 싶다가도 이 한 끼만은 칼로리 신경쓰지 않고 든든하게 배를 채워도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이제 다이어트에 지칠 때도 됐다. 뱃살 좀 늘더라도 그 한 입 베어 물면 근심과 걱정은 도리어 줄어들겠지. 이런 생각들을 안고 식단의 일탈을 위해 22일 강남역으로 향했다. 11시 오픈에 맞춰 쉐이크쉑버거 국내 1호점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30분. 그런데 웬걸. 이미 매장 앞에는 입장을 위해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아니 그것은 착각이었다. 줄은 매장 앞뿐만 아니라 건물을 감고 뒷골목으로 이어졌으며 족히 1km는 되는 것으로 보였다. 얼핏 봐도 1500명은 될 것 같았다.

강남 '쉑쉑버거' 오픈, 33℃땡볕에 1km 줄 섰던 분? 쉐이크쉑버거 매장 앞의 줄


22일의 서울 최고 기온은 33도. 뙤약볕에 햄버거를 먹겠다고 줄은 선 광경을 촬영하는 방송 카메라까지 보였다. 햄버거 먹겠다고 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린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나름 일탈을 결심하고 나섰는데 강남역 대로변에 카메라 플래시 받으며 버젓이 줄을 서기는 망설여졌다. 그래도 어쩌겠나 기왕에 오늘은 음식의 유혹에 기꺼이 넘어가리라 결심하고 나선 마당인데. 짐짓 뉴욕에서 먹었던 그 맛이 그리워 어쩔 수 없었다는 표정을 하고 긴 줄에 동참했다.


인내는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참고 견딘다는 뜻의 단어다. 점심께의 배고픔이 괴로움이라면 구태여 이걸 먹자고 이렇게 해야 하나 책망하는 내 안의 목소리를 견디는 것은 어려움이었다. 쉐이크쉑버거 측은 물과 음료 아이스크림, 우산, 선글라스 등을 제공하며 무더위 속에 '쉑쉑'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버거만을 기다리는 이들을 달랬다. 그래도 지나가는 사람마다 이게 무슨 줄이냐고 묻고, 햄버거를 먹겠노라고 이러고 있는 중이라고 답할 때의 멋쩍음은 피할 수 없었다. 지나가던 차들도 속도를 늦추고 이 진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강남 '쉑쉑버거' 오픈, 33℃땡볕에 1km 줄 섰던 분? 매장 옆으로도 줄이 이어지고


진땀 흘리며 물을 나르는 직원에게 물으니 3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장 안에 들어가면 4군데서 판매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으니 금방 차례가 돌아올 거라고 희망을 줬다. 하지만 매장이 보이지도 않는 먼 곳에 서서 차례가 곧 올 것이라고 믿는 것은 난망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어쩌자고 3시간 이상 기다려 기꺼이 햄버거를 먹으려 하는 걸까. 긴 줄의 뒤편에 서있던 고등학생 권규리(18)씨는 "몇 년 전부터 관심이 있었다"며 "사람들이 엄청 많은 것을 봤지만 5시간을 기다려서도 먹겠다"고 했다. 9시40분부터 줄을 서 2시간 만에 간신히 매장 입구가 보이는 곳까지 접근한 이모(20)씨는 "일본에서 먹어봤는데 비교하게 될 것 같다.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말했다. 또 박모(20)씨는 "새로 나온 것은 먹어봐야 하는 성격"이라며 "햄버거가 햄버거겠지 싶지만 맛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강남 '쉑쉑버거' 오픈, 33℃땡볕에 1km 줄 섰던 분? 뒷골목에도 줄이 계속된다


이곳의 대표메뉴 쉑버거의 가격은 6900원. 미국서는 5.29달러라고 하니 가격 면에서 현지와 큰 차이는 없다. 중요한 것은 맛. 이 버거를 먹기 위해 미국에 간다는 한 여인은 쉑버거의 장점으로 한 입 먹으면 이를 감싸는 포근한 번과 이어 입안을 가득 채우는 패티의 육즙을 꼽았다. 미디어 행사로 미리 경험한 기자들에 따르면 쉑버거의 맛은 현지 맛과 차이점이 거의 없다는 평이 우세하다. 미국식 버거에 익숙하지 않으면 다소 짜다고 느낄 수 있었지만 매장에서 직접 구운 소고기 패티의 식감은 남다르다고 한다. 사진을 보니 무엇보다 패티 위에 녹은 치즈의 진한 맛이 이제 나도 건강 걱정 따위 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고열량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된 거 아닌가 하는 안도감을 줄 것만 같았다. 그것은 뭐랄까 이상적인 몸매를 규격화하는 식단의 전체주의에 맞선 해방구의 맛이 아닐까 싶었다.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쉑쉑버거를 포기하고 돌아서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햄버거를 채우고 있는 맛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다. 이탈리아 영화 '빵과 사랑과 꿈'에서 마을 경찰서장 역의 빅토리오 데 시카는 길에서 빵을 먹고 있는 가난한 노인에게 묻는다. 빵 사이에 무엇을 끼워 먹고 있나요? 노인은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은 빵을 보여주며 답한다. "꿈을 끼워 먹지요." 생각의 힘은 혀끝의 감각보다 세다. 꿈이 사이에 든 햄버거. 어쩌면 이 많은 사람 들이 쉐이크쉑버거에서 맛보고자 했던 것은 늘 새로움으로 가득 찬 젊은 날의 여행 중에 만났던 그 햄버거의 추억이 아닐까.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