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으로 내우외환 처지에 몰린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올 상반기에 '역대 최저 수주'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국 조선업계는 중국과 이탈리아에 밀려 국가별 수주 순위 3위로 주저 앉았다. 2011년 이후 중국과의 수주실적 격차도 더욱 벌어지는 추세다.
4일 국제 해운ㆍ조선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 세계 상선 발주량은 225척, 63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의 727척, 1804만CGT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한국 조선소의 상반기 수주 실적은 83만CGT(27척)으로 작년 같은 기간 685만CGT(151척)에 비해 88% 급감했다. 이는 클락슨이 데이터를 제공하기 시작한 1996년 이래 20년간을 통틀어 가장 낮은 실적이다. 역대 최저를 기록한 1999년 상반기 651만CGT 기록에도 한참 못 미친다. 한국 조선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세계 발주량이 급격히 감소했던 2009년 상반기에도 779만CGT를 수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 실적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 중국은 상반기에 242만CGT(92척)의 수주실적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작년 상반기 수주량인 342만CGT(194척)과 비교해 100만CGT가량 줄어들긴 했지만 전 세계적인 수주 가뭄을 고려하면 선방한 셈이다. 2위는 상반기에 89만CGT(8척)를 수주한 이탈리아가 이름을 올렸다. 작년 상반기 2000CGT(1척) 수주에 그쳤던 이탈리아는 크루즈선 수주를 잇달아 따내며 실적을 높였다. 3위 한국에 이은 4위는 71만CGT(10척)를 수주한 독일이다. 역시 크루즈선 수주가 순위 상승에 기여했다. 일본은 52만CGT(28척)로 5위를 차지했다. 작년 상반기 523만CGT(237척)를 수주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그쳐 우리나라 못지않게 매우 초라한 실적을 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역대 최악의 수주실적은 세계적인 조선 경기 침체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하반기에 부진을 만회하려고 사력을 다하겠지만 노력으로 만회가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난달부터 수주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전세계 6월 발주량이 96만CGT(51척)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은 37만CGT(8척)를 수주해 국가별 순위 1위에 올랐다. 한국이 월간 수주량 1위에 오른 것은 2015년 10월 이후 8개월만이다. 대우조선해양이 LNG선(액화천연가스선) 2척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 등 4척을 수주했고, 현대삼호중공업이 15만8000DWT급 유조선 2척, 성동조선해양이 7만5000DWT급 유조선 2척을 각각 따냈다. 이어 중국이 29만CGT(21척), 일본이 21만CGT(13척)를 각각 수주하며 2위, 3위를 차지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