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가 현실화되더라도 우리 수출과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중기적으로 영국과의 교역은 물론, EU와의 무역관계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기계부품 등 기존 영국으로 수출돼온 우리 주요 제품들도 관세를 부과 받게 돼 가격경쟁력 하락 가능성이 높다. 영국은 우리나라의 11번째 수출 대상국이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對)영국 수출은 지난해 기준 73억9000만달러로 총 수출의 1.4%다. 산업부가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더라도 우리 수출과 투자에 당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배경은 여기에 있다.
영국의 대한국 투자도 2억6000만달러로 외국인투자액(2015년 209억달러)의 1.2% 수준으로 직접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리스본 조약에 따라 영국이 실제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시점이 최소 2년 이후로 전망된다. 이 기간동안 한·EU FTA 효과는 지속되는 만큼, 우리 수출과 투자에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정부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유럽, 특히 영국에 진출해있는 우리 수출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욱이 우리 수출은 작년 1월부터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8% 줄어 1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코트라에 따르면 영국에 진출해 있는 3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브렉시트가 가격 경쟁력 약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71%에 달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영국에 74억달러를 수출해 12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재계 관계자는 "관세율 인상은 곧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자동차, 타이어, 비행기와 헬리콥터 부품, 섬유, 제트유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기존 영국시 적용되던 특혜관세가 2년 후 사라지고 영국으로 수출되는 우리 주요 수출제품들도 관세를 부과 받게 돼 우리 수출의 가격경쟁력 하락 가능성이 높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 평균 수출금액 기준 상위 15대 품목들 중에서 1000cc 이하 가솔린 자동차와 1000cc~1500cc 가솔린 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품목들은 0%로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영국 관세 당국이 실행세율을 한-EU FTA 당시 수준과 동일하게 설정할 경우 향후 대영국 수출에서 자동차는 10%, 제트유는 4.7%, 자동차 공기타이어 및 알루미늄 휠 등은 4.5%, 비행기 및 헬리콥터 부분품은 2.7%의 수입관세를 부과 받는다.
교역부문에서도 영국, EU와의 무역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하며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EU 역내 국가 중 영국과의 교역이 활발한 독일, 프랑스,네덜란드 등도 유예기간 후 영국과의 교역에서 관세장벽이 발생함에 따라, 우리 수출기업에게는 또 다른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류승민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브렉시트로 인해 다른 EU 국가에서도 추가적인 도미노엑시트(Exit)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향후 유럽 진출을 고려하는 우리 수출기업들은 브렉시트의 동향과 각 국가로 파급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환 등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간접적 영향이 우려되는 바, 체계적인 대응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EU를 둘러싼 경제 환경의 변화, 세계 경기 및 교역량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영국을 비롯한 전 EU회원국 공관 및 코트라 무역관을 통해 현지 동향 및 진출 기업 관련 보고체계를 가동하는 한편, 브렉시트의 향후 전개 시나리오별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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