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서울시 여의도 한강공원 불법행위 단속현장 동행해보니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기하영 수습기자] 토요일인 18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던 전동 킥보드가 황급히 속도를 줄였다. 인근 도로에서 놀던 어린아이가 갑자기 진로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아이의 엄마가 달려와 아이를 대피시켰다.
한강공원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는 것은 불법이다. 최고 시속 25km까지 낼 수 있어 일반 자전거보다 빠르게 도로를 질주할 수 있지만 제동 거리가 훨씬 길어 갑작스런 사고엔 취약하기 때문이다.
주말을 맞아 행락객들로 붐빈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여전히 각종 무질서 행위가 난무해 휴식을 취하려고 나온 시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요즘 유행의 첨단을 걷는 전동킥보드가 대표적 사례다. 서울시의 한강공원 이용 관련 조례는 전동킥보드 처럼 "바퀴가 있는 동력장치를 이용하여 차도 외의 장소에 출입하는 행위"에 대해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한강공원 내 도로는 차도가 아닌 자전거 도로이기 때문에 오토바이, 전동휠 등의 운영이 금지된다.
그러나 이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른 채 전동킥보드를 타는 이들이 많았다. 이로 인해 서울시가 청원경찰(공공안전관)을 동원해 단속에 나서지만 규정을 알지 못하는 보더들과 실갱이가 벌어지기 일쑤다.
이날도 시가 30여명의 공공안전관과 경찰들을 동원해 각종 무질서·불법 행위 단속에 나선 가운데, 한 20대 커플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공원으로 들어왔다가 과태료를 부과받자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들은 "전동킥보드 타지 말라는 안내를 본 적이 없는데, 단지 한강공원에 들어왔다고 이렇게 벌금을 물리면 부당하다"고 따졌다.
시가 이날 이곳에서 경찰과 함께 실시한 질서위반행위 단속 결과 가장 많이 과태료를 부과받은 것도 전동킥보드 탑승 행위였다. 총 41건의 과태료 부과건수 중 22건이 해당된다. 김윤수 시 한강사업본부 주무관은 “전동휠은 면허가 필요없기 때문에 사고가 많이 난다”며 “안전상의 이유로 어린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이 전동킥보드에 대한 민원을 많이 넣는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동작구에서 온 장모씨(21)는 “인근 대여점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한강공원에 가도 된다”고 했다며 “전기자전거 등이 훨씬 위험한 것 같은데 전동킥보드만 불법인건 억울하다”고 불평했다. 반면 3살짜리 딸과 함께 놀러 나왔다던 김희은(35)씨는 “아이들이 뛰어놀다가 전동킥보드에 부딪힐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우후죽순 아무곳에나 설치된 텐트들도 문제였다. 이날 시 단속반원들은 오후 8시55분쯤 텐트 철거를 알리는 방송을 실시한 후 계도에 들어갔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물빛광장 근처 30여 개의 텐트 중 실제 치우는 사람은 한두 명에 불과했다. 마포구에서 왔다던 한 시민은 “솔직히 왜 오후 9시부터 철거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야영의 기준이 뭐냐고” 되물었다.
이날 한강시민공원은 텐트촌을 방불케 할 만큼 텐트가 많이 설치돼 있었다. 날씨가 어두워지자 텐트를 고정한 줄 등이 잘 보이지 않아 줄에 걸려 넘어질 위험이 커보였다. 특히 대형 텐트를 치고 문을 닫고 술을 마시는 이들도 종종 있었다. 텐트의 경우 2면 이상 개방해야 하지만 저녁이 되자 텐트 문을 닫고 은밀한 행동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강공원 이용 조례 상 지정된 장소 외의 장소에서 야영이나 취사를 금지하고 있다. 최대 4명이 사용가능한 소형 텐트만 사용가능하며, 햇볕차단과 개방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2면 이상 개방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된다. 텐트에서 간식을 먹거나 낮잠을 자는 것은 야영으로 보지 않지만 오후 9시가 넘으면 텐트 치는 행위를 야영으로 간주한다.
보다 못한 공공안전관과 경찰이 함께 텐트 철거에 나서자 대부분의 시민들은 큰 불만을 제기하진 않았다. 간혹 텐트 안에서 만취해 잠을 자고 있거나, 술에 취해 공공안전관의 안내에 계속 웃기만 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모기장처럼 형태는 텐트와 비슷하지만 원칙적으론 텐트가 아니라 단속이 애매한 경우도 발생했다.
1시간 가까이 단속단원들이 계도활동을 펼쳤지만 밤 10시가 되어도 잔디밭 위 절반 이상의 텐트들은 치워지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벌인 227건의 계도활동 중 이러한 야영·취사 계도가 62건으로 가장 많았다.
박지훈 여의도안내센터 공공안전관은 “오후 9시 이후 텐트를 치워 달라 방송도 하고 직접 안내도 하지만 절반 정도만 치운다”며 “시민의식 개선도 필요하지만 야영의 기준을 좀 더 실효성 있게 고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다른 무질성 행위들도 여전했다. 시민들이 쓰레기를 마구 버리거나 일부 상인들이 무단으로 장사를 하고,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들락 날락거리며 행인들의 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모습들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애완견에 목줄을 묶지 않고 데리고 다니다가 적발된 이들도 수두룩했다.
이날 단속 결과 총 268건의 각종 무질서 행위가 적발돼 과태료 부과(41건) 또는 계도(227건) 등의 조치를 받았다. 과태료 부과는 무단 상행위 7건, 이륜차 출입 11건, 전동휠 탑승 금지 위반 22건, 애완견 조례 위반 1건 등이었다. 시는 또 무단상행위 54건, 이륜차 출입 46건, 전동휠 9건, 야영 취사 62건, 애완견 13건, 쓰레기 투기 8건 등 227건에 대해선 계도 처분했다.
2015년 서울시 한강공원 이용객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약 1830만명이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았다. 이는 전체 한강공원 이용객의 27%에 해당하는 수치다.
김윤수 주무관은 “여의도한강공원을 수많은 이용객이 방문하는 만큼 성숙한 시민의식도 뒷받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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