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이사회 의결' 도입절차 지적…정부 '시한' 박아놓고 압박한 탓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홍유라 기자] 금융권의 성과연봉제는 정치권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야당을 중심으로 "노조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원천 무효"라며 금융공기업들이 도입한 성과연봉제에 절차상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불법성은 없었다'는 입장에지만 여소야대(與小野大) 구조의 국회 지적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성과연봉제 관련 불법 및 인권유린 실태 진상조사단'은 지난 8일 "정권과 기획재정부 설계로 추진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산 도입은 말기 정권의 성과 창출에 매몰된 나머지 일방적ㆍ강압적으로 추진됐다"며 "법적 필수 절차인 '과반 노조와의 동의 절차'없이 단독으로 이사회를 강행해 처리한 것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조사단장인 한정애 더민주 의원은 "노동청 신고와 함께 법적 효력이 없는 직원 동의서 징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등 사항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민주 조사단은 총 14일에 걸쳐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8개 공기업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더민주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성과연봉제 제도 자체가 아닌, '도입 절차'다. 성과연봉제 도입이 완료된 총 9개 금융공기업 중 예금보험공사를 제외한 8곳이 정식 노사협의를 거치는 대신 직원들을 대상으로 개별 동의서를 징구한 뒤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안을 통과시키는 '우회로'를 택했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정치권의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해 최근 간담회에서 "노조 및 직원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직 화합 등 과정관리가 중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다만 "노조와의 갈등은 낡은 관행을 바로잡는데 불가피한 진통"이라며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소신은 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가 도입 시한을 박아놓은 탓에 추진 과정은 급할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제도 자체에 대한 논의를 건너뛰는 바람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합리적 평가안 마련이나 평가자 권한 남용, 저성과자 해고 우려 등에 대해서도 대화가 중단됐다.
금융노조위원장 출신의 더민주 조사단 소속 김기준 전 의원은 "금융은 시스템에 의해 굴러간다는 점에서 개별평가 방식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여전히 부정적"이라며 "특히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방식은 최악"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만약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현장의 필요에 의해 사용자측에서 안을 내놓고, 노사협의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순서"라며 "이렇게 해야 혹 폐해가 있더라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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